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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규 만난 기아차 사장 “통상임금 기준 법으로 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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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백운규 장관(왼쪽 둘째)이 4일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백 장관은 “범부처 차원의 협의체를 구성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자동차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백운규 장관(왼쪽 둘째)이 4일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백 장관은 “범부처 차원의 협의체를 구성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자동차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논란, 통상임금 소송 패소, 완성차 업체의 해외 판매 부진과 이에 따른 부품 업체의 경영 위기,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규제와 법인세 인상, 한국 생산기지 철수 혹은 이전…. 국내 자동차 업계 앞에 산적해 있는 과제들이다.

산업부 장관-자동차 업계 간담회 #“임금 인상 부담 갈수록 커져” 호소 #현대차, 협력사 지원 계획도 밝혀 #“중국 진출 업체에 2500억 선지급” #한·미 FTA 관련 대책도 논의

위기의 자동차 업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댔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이 4일 서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간담회를 했다.

이날 가장 관심을 끈 것은 한·미 FTA 폐기에 대한 정부와 자동차업계의 대응이었다. 백 장관은 간담회 직후 “(한·미 FTA) 폐기에 따른 문제점들도 가능성 중 하나로 보고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결정된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에서 예단해서 이야기하면 더 많은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말을 아꼈다. 간담회에 참가한 한 부품사 관계자도 “FTA와 관련한 얘기가 많이 나왔지만, 주로 우려가 컸고 구체적인 대응이나 계획까지 얘기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당장 업계가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한 것은 통상임금 관련 문제였다. 기아자동차가 지난달 31일 노조 소속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업체들의 우려가 커진 상태다. 특히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이날 간담회를 앞두고 통상임금 후속 대응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고, 간담회에선 “통상임금 기준을 명확하게 법제화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관련 소송이나 임금협상을 진행 중인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은 올해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이 지난 1일 노조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것에 대해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 결과와 연관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간담회 도중 “그렇지 않아도 고임금 문제가 심각한데 통상임금 판결로 향후 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한 참석자의 발언이 들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백 장관은 “통상임금으로 인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관계 부처가 빨리 협의하고, 국회에서 통상임금에 대한 규정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상황이 심각해진 현대자동차의 중국 판매 부진과 부품사 대금 미지급 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은 간담회를 앞두고 “중국 진출 협력업체의 경영애로 완화를 위해 2500억원 규모의 부품업체 금형설비 투자비를 일괄 선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5~6년에 걸쳐 분할지급하는 금형설비 투자비를 한 번에 지급해 부품업계의 유동성 확보를 돕겠다는 것이다.

역시 관심을 모은 생산기지 해외 이전이나 한국GM의 한국 시장 철수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가 오갔지만, 관련 업체들은 진전된 의견을 내놓진 않았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간담회 전 생산 시설 해외 이전에 대해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는 “부품 업계에서 한국GM 철수와 관련해 우려를 많이 표시했다. 다만 카젬 한국GM 신임 사장이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앞서 언급한 주제 외에도 환경규제와 법인세, 노후 경유차, 자율주행차·친환경차 육성 전략 등 업계 전반에 대한 다양한 주제와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구체적인 위기 해소 방안이 제시되지는 못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가자는 “중국 문제만 놓고 봐도, 현대차가 부품업체을 지원한다는 계획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장기적으로 해결 방안이 제시된 건 아니었다”며 “업계의 어려움을 주로 토로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제시되긴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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