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지하벙커에서 총상으로 숨진 고(故) 김훈 중위가 19년 만에 순직 처리된 가운데 그의 부친 김척 전 예비역 중장이 "대한민국은 참 부끄러운 나라"라며 군 의문사 공소시효 폐지를 주장했다.
4일 김씨는cpbc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와의 전화통화에서 "19년 동안 수사를 잘못하고 조작한 것이 세상에 밝혀졌는데 지휘부가 잘못을 사죄하고, 김훈 중위 사건을 교훈으로 군 의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런 것이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방부는 아직도 타살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족이 어렵게 노력해서 타살 증거를 제시하면 자살로 조작하는 것만 했다"며 "이 핑계, 저 핑계 시간을 끌면서 공소시효를 넘겼다. 모든 군 의문사에 대해서는 국가가 끝까지 추적해서 진실을 밝혀야 하므로 공소시효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사를 조작해놓고 특혜나 주는 것처럼 순직처리 하나 던져놓고 사과도 없는 것은 진정한 명예회복이 안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 의문사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로 부대 내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날 경우 상급부대 지휘관까지 처벌받고 진급을 할 수가 없어 죽은 자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운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다른 군 의문사 유족들을 향해 "새 정부에서 강력한 의지를 갖고 군 의문사를 적폐로 규정했기 때문에 반드시 순직처리가 될 것"이라며 "유족분들이 포기하지 마시고 정정당당하게 국방부의 조작을 세상에 알려야 하고 공론화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참 부끄러운 나라다. 다른 나라는 군에서 사망했을 경우 국립묘지에 보내주고 명예회복을 시키는데 우리는 군인들이 억울하게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다"며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바쳤는데 이것을 개죽음으로 만드는 것은 중대한 범죄다. 공소시효를 반드시 없애고 끝까지 진실규명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중위는 1998년 2월 24일 근무 중이던 최전방 GP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군 수사당국은 서둘러 이 사건에 대해 권총 자살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언론 등에서는 김 중위 사건이 타살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 중위의 손목시계 파손 등 그가 격투 끝에 살해됐을 가능성이 있는 단서들도 발견됐다.
일각에서는 김 중위 소속 부대 일부 장병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군 GP를 오가는 등 심각한 국기문란 행위를 했고 김 중위가 이를 척결하는 과정에서 살해됐을 수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김 중위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 소재가 되기도 했다.
국방부 특별조사단까지 편성돼 사건을 재조사했지만, 자살이라는 군 당국의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