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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정위, 공소시효 단 17일 남은 사건 고발 … “수사 어떻게 하라고” 속끓는 검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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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구상엽)에 ‘초치기’ 수사 비상이 걸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고발한 국제 담합사건의 공소시효가 5일(31일 기준)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 “제대로 된 조사 거의 불가능” #김상조 취임 후 두달간 21건 쏟아져 #“새 정부 들어 쫓기듯 고발” 시각도

공정위는 지난달 18일 ‘해상운송업체 국제 담합사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수출용 차량을 운송하는 국제해운회사들이 해상 노선을 나눠 갖고 운송비용을 담합했다는 내용이었다. 일본 5개, 노르웨이 2개, 칠레 1개, 이스라엘 1개, 한국 1개 등 5개국의 10개 해상운송사업자가 관련된 사건이다. 공정위는 그중 8개 업체를 고발했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9월 5일 자정까지다. 공정위로부터 사건을 접수한 때(8월 18일 오후 4시)를 기준으로 검찰이 수사와 기소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은 17일과 8시간이다. 3분의 2 이상의 시간은 이미 지났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위가 무슨 생각으로 시효가 3주도 안 남은 사건을 고발했는지 모르겠다. 우리로서는 기소를 안 하면 덮어 주는 꼴이 되고 기소했다가 무죄가 나면 실력 없는 게 된다. 현실적으로 제대로 조사해 기소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공정위도 검찰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음을 인정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사건을 보내면서 우리도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공정위가 검찰 고발을 하지 않으려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 갑자기 방침을 바꾸며 부랴부랴 고발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공정위의 고발건수는 2015년 51건, 2016년 49건이었지만 올해는 8월 말 현재 59건이다. 기업체의 불공정행위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온 김상조 교수가 위원장으로 취임한 6월 14일부터 8월 30일까지 두 달 반 동안에는 검찰 고발이 21건으로 평소보다 크게 늘었다.

공정위 측은 “안 보내려던 사건을 뒤늦게 처리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처리할 사건이 많아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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