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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중장거리미사일 요격 사실상 어렵다”…미 미사일 방어전문가 주장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지난 29일 일본 상공으로 쏘아올린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미국과 일본이 ‘맘만 먹었으면’ 요격할 수 있었을까.
현재의 미·일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밑의 탄도미사일을 제대로 요격할 수 없다는 지적이 미 미사일 방어 전문가에게서 제기됐다.
 미 군축협회 소속 미사일 방어 전문가인 킹스턴 리프 국장은 30일(현지시간) 미 군사 안보 전문매체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TNI)와의 인터뷰에서 “이론적으론 가능하지만 실제로 제약이 많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미 군축협회 리프 국장 “이론상으로 가능하지만 제약 많아 사실상 어려워” #일 정부 “맘만 먹으면 요격 가능하다”던 북 화성-12형도 포함 #사전 발사 정보 확보와 이지스함 정확히 배치해야 요격 확률 높아 # #

 현재 미·일이 활용할 수 있는 미사일 요격 방법은 패트리엇 3, SM-3 IAㆍIB 함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이지스 순양함과 구축함,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다. 리프 국장은 “일본의 경우 사드체계가 배치되지 않은데다 패트리엇 미사일은 속도가 늦은 단거리미사일을 종말단계(비행 최고점을 지나 지상으로 떨어지는 20㎞ 고도)에서 요격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지스함에 장착된 SM-3 함대공 미사일로 북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이지스함이 미사일을 해상에서 요격하려면 정확한 시간과 장소에 있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렵다”고 리프 국장은 강조했다. 미군 미사일방어국 자료에 따르면 이지스함에 장착된 기존의 SM-3로 IRBM 요격시험은 단 한 차례 진행됐다.
 리프 국장은 “북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운 좋게도 이지스함이 미사일 경로 근처에 있지 않으면 요격하기가 어렵다. 혹은 탄도미사일이 대기권으로 재진입하고 나서 어느 곳으로 떨어질지 안다면 요격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이와 관련한 시험은 해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미 해군과 일 해상자위대가 현재 사용하는 SM-3 IAㆍIB 미사일은 700km의 사거리와 500km의 고도 내에서 탄도미사일 요격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대부분의 미사일은 SM-3의 요격 범위를 벗어난다. 리프 국장은 “SM-3으로 요격하려면 사전에 발사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확보하는지, 몇 척의 이지스함을 어디에 배치했는지 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요격에 애를 쓰는 것이 오히려 비생산적이라고 주장했다. “여러 종류의 요격체계를 앞세워 요격한다고 하면 북한이 이를 매우 심각한 도발 행위로 간주할 것은 물론이고 아주 귀중한 데이터를 제공해주는 결과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또 “요격에 실패하면 미국으로서는 창피를 당할 뿐만 아니라 방어역량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리프 국장은 외교적 방법으로 북 미사일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 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자위대의 탄도미사일 파괴 조치는 실시되지 않았다”면서 “우리나라의 안전ㆍ안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고 밝혔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도 “충분히 요격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북한이 지난 29일 발사 훈련을 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발사 차량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살펴보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9일 발사 훈련을 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발사 차량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살펴보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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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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