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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각료들의 트럼프 패싱?...반발인가 의도된 엇박자인가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정책과 관련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처한 모습이다.
행정부 내에서 각료들과 엇박자를 보이는가 하면 취임 후 지금까지 북한의 도발을 제대로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 29일 북한이 화성-12형 탄도미사일을 일본 상공을 통과하게 날리자 “대화는 답이 아니다”고 강한 반응을 보인 데 대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외교 해결책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고 답하면서 부정적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는 답이 아니다'고 3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트위터 캡쳐]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는 답이 아니다'고 3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트위터 캡쳐]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북한 문제에 대해 "외교 해결책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북한 문제에 대해 "외교 해결책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미 CBS는 30일(현지시간)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북한과의 외교를 포기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부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CNBC와 MSNBC도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도전적인 트위터를 무시했다”고 전했다. CNN 역시“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대응을 강조했고 매티스 장관은 이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조엘 루빈 전 국무부 차관보는 전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화성-12형 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의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밝힌 ‘화염 및 분노’ 정책은 추락해서 타버렸다”면서 “그것은 작동하는 정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미국의 동맹들은 미국이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고 핵ㆍ미사일 프로그램 확대를 막을 실질적인 전략을 갖고 있다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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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은 트럼프의 ‘대화무용론’처럼 새로운 협상 가능성을 차단하면 미국의 선택 방안은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 핵으로 무장한 양국 간 군사 대치 기회만 더 커질 뿐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 로버트 우즈 미 군축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위험하고 도발적인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통령의 좌절감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화무용론’ 트럼프에 매티스 국방 “외교 해결책 유효” # “트럼프 무시, 반발” 보도에 ‘배드 캅’‘굿 캅’ 역할분담 해석도 #WSJ, “한국국민들 '코리아 패싱'에 좌절감 느껴” # #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배드 캅(bad copㆍ나쁜 역할), 다른 각료들이 ‘굿 캅(good copㆍ좋은 역할)’을 분담해서 하고 있다고 해석도 있다. 하지만 에이브러햄 덴마크 전 동아시아 부차관보는 CNN에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역할분담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는 건 전략적으로 너무나도 일관성 없이 혼란스런운 상황에 대한 핑계”고 말했다. 우드로윌슨센터의 로버트 리트바크 국제안보연구소장은 북한이 핵을 장착한 장거리탄도미사일 기술을 완성한 이후에는 외교적 방법을 동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블룸버그를 통해 “북한의 정거리탄도미사일 기술이 아직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 기술 확보을 추구하는 북한의 추가 시험을 막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아베 일 수상은 지난 29일 북 미사일 발사 후 이틀 연속 전화로 대책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아베 일 수상은 지난 29일 북 미사일 발사 후 이틀 연속 전화로 대책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국민들은 최근 북핵 문제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을 지켜보면서 큰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 내 북한 문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중국을 바라본다. 심지어 한국보다 일본을 우선시 한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40분 간 통화하면서 대응책을 논의했지만 보다 더 직접적인 당사자인 문재인 대통령과는 통화를 하지 않은 사실을 WSJ은 예로 들었다. 또 “북한은 공식적으로 한국을 미국의 꼭두각시 정부로 간주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를 추구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29일 핵 문제는 북한과 미국 간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다시 강조하며 “한국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말할 권리도 자격도 없다”고 밝혔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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