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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 지옥' 日, 유치원에서 2세 아동도 수용키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이시카와현 노미(能美)시 인정(認定)어린이집인 사정보육원(寺井保育園) /  2015.12.02.수 / 신인섭

일본 이시카와현 노미(能美)시 인정(認定)어린이집인 사정보육원(寺井保育園) / 2015.12.02.수 / 신인섭

'보육원 지옥'이란 말이 있을 만큼 보육 대란을 겪고 있는 일본이 현재 만3~5세 아동만 수용하는 유치원의 입학 연령을 만 2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육원에 자리가 없어 들어가지 못하는 ‘대기아동’의 약 70%를 차지하는 2세 이하 아동의 혼잡 줄이기 위해 기존 유치원을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유치원 3~5세→2~5세로 확대 #대기아동 중 70%가 2세 이하 #인력 부족ㆍ저출산 완화 기대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문부과학성과 내각부는 유치원에서 만2세 아동을 돌볼 수 있도록 시설 개보수 비용 등을 보조하기로 하고, 2018년도 예산 수십억엔을 편성하기로 했다.

현행 일본의 보육 제도는 보육원은 0세~5세를, 유치원에서는 만3세~5세를 돌보도록 되어있다. 0~2세 아동은 맡아줄 곳도 적은 데다가, 여성들이 출산 후 복직을 원하는 시기와 맞물려있어 이 시기 보육원에 입소하기란 거의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0~2세 대기아동의 숫자를 줄이는 게 인력부족과 저출산 문제를 동시에 푸는 열쇠라고 보고 대책을 마련해 왔다.

지금도 유치원은 ‘미니보육소’를 함께 운영하거나, 보육소 기능을 일부 가진 ‘인정(認定)어린이집’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은 마련돼있다. 하지만, 유치원은 오전 10시~오후 2시로 운영시간이 짧아 ‘미니보육소’라 하더라도 맞벌이 세대의 실제 이용률이 낮았다. 또 유치원 측에서도 ‘인정 어린이집’으로 전환하기에는 기존에 경험이 없는 0세 아동까지도 돌봐야 하는 부담이 컸다. 때문에 기존 제도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있어왔다.

일본 이토추상사 직장어린이집에서 아이와 보육교사가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보육 부담을 덜기 위해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했다.  [사진제공=닛케이]

일본 이토추상사 직장어린이집에서 아이와 보육교사가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보육 부담을 덜기 위해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했다. [사진제공=닛케이]

일본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방안은 이 같은 학부모와 보육기관의 애로사항을 각각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문부과학성은 내년부터 유치원의 입학연령을 한 살 낮춰 ‘2세 보육기능’만 추가해 ‘유치원 접속 보육’이라는 형태를 새롭게 운영하기로 했다.

정부는 2세 아동을 수용하기 위한 보육실 추가공사 비용 등을 보조한다는 방침이다. 또 2세 아동을 수용하는 유치원은 정원관리를 유연하게 해 보육교사를 여러명 채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유치원 측의 부담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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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서 오후 5시까지 아이를 맡아주는 ‘일시 보육제도’도 확충한다. 일반 보육원와 마찬가지로 유치원에서도 하루 8시간씩 돌볼 수 있게 해 맞벌이 가정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보육료는 세대별 소득에 따라 월 3만~4만엔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오는 10월부터 육아휴직을 최장 2년까지 연장해 실시한다. 이에 따라 만2세 이상 아동의 보육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유치원은 전국 1만877개로 약 130만명을 수용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대기아동’은 2017년 4월 현재 전국적으로 2만3700명에 이른다. 여성의 사회진출로 맞벌이 세대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육원 체제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대기아동 숫자는 3년연속 늘고 있는 추세다. 이 가운데 1~2세 아동이 1만 6758명으로 약 70%를 차지한다.

지금까지는 부모가 육아휴직 중인 경우, 지자체에 따라서는 대기아동으로 계산하지 않았다. 이같은 ’숨겨진 대기아동’의 숫자가 약 6만7000명(2016년 4월)에 달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방침을 바꿔 부모가 복직의사가 있는 경우에는 모두 대기아동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8년 대기아동수는 크게 늘어날 공산이 크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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