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걱정' 저수지서 숨진 모녀, 국가 보조금 못 받은 이유

중앙일보

입력

27일 오전 전남 장성군 삼계면 저수지에 빠져 있는 승용차를 119구조대가 수색하고 있다. [사진 전남소방본부]

27일 오전 전남 장성군 삼계면 저수지에 빠져 있는 승용차를 119구조대가 수색하고 있다. [사진 전남소방본부]

승용차를 몰고 저수지로 가기 직전, 지난 25일. 엄마는 친척들에게 등록금 500만원을 빌릴 수 없겠냐고 요청했다. 하지만 친척들도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았다. 이 날은 대학 등록금 마감일. 더이상 손 벌릴 곳이 없었던 모녀는 자동차를 몰아 장성의 한 도로를 달렸다. 이 모습이 찍힌 CCTV는 두 사람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흔적이다.

수많은 장학재단이 있고, 어려운 이들을 위한 정부의 복지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녀는 왜 세상으로부터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을까. 바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어머니 김씨는 유일한 자녀인 딸과 단둘이 광주광역시에서 지내왔다. 딸은 이 지역 한 대학교 1학년생으로, 이번 2학기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27일 오전 전남 장성군 삼계면 저수지에 빠져 있던 승용차를 경찰과 119구조대가 크레인을 이용해 끌어올리고 있다. [사진 전남소방본부]

27일 오전 전남 장성군 삼계면 저수지에 빠져 있던 승용차를 경찰과 119구조대가 크레인을 이용해 끌어올리고 있다. [사진 전남소방본부]

김씨 모녀는 우선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다. 어떤 이유로 수급자 지정이 되지 않았는지 아직 확인되진 않지만 7년째 별거 중인 남편과 이혼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수급자로 지정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남편으로부터도 경제적 지원을 못 받는 상태에서, 정부의 지원도 못 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김씨 모녀가 살고 있던 집은 보증금 없는 월세 50만원짜리 아파트였다. 주변인들에 따르면 김씨는 과거 어린이집에서 근무를 했지만피부질환으로 일하지 못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 온 것으로 파악된다.

27일 오전 전남 장성군 삼계면 저수지에 빠져 있는 승용차. [사진 전남소방본부]

27일 오전 전남 장성군 삼계면 저수지에 빠져 있는 승용차. [사진 전남소방본부]

집도 없고, 스스로 돈을 벌 수도 없는 상황인데도 정부의 지원도 받을 수 없었던 것은 왜일까. 광주의 한 구청 복지업무 담당자는 "아직 정확한 상황을 파악 중"이라면서도 "(김씨가) 별거 중인 남편의 수입을 확인할 수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급자 지원을 받으려면 남편의 재산과 수입을 확인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러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씨 소유의 자동차가 재산으로 잡혀 걸림돌이 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경찰은 김씨 모녀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상황이며 주변인을 상대로 김씨 모녀가 이런 선택을 할 만한 또 다른 배경이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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