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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 일색 증권사 리포트는 문제" … 리서치센터장 출신 증권사 사장이 애널리스트 보신주의에 일침 놓은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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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새누리의 CEO와 차 한잔] "투자를 한마디로 줄이면 상식입니다."

36년 증권업계 일한 신성호 사장 "투자는 상식" #내년 상반기까진 기업 이익 증가 이어져…주가 긍정적 #리서치센터에서 25년…애널리스트 보신주의 지적 #다음달 8일 임기 종료 "금융 교육 관심"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이 증권업계에 발을 처음 들인 것은 1981년 11월이다. 곧 만 36년이다. 그동안 온갖 산전수전을 목격하고 겪었지만 결국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은 상식이라는 얘기다. 그는 지난 5월 그간의 경험을 축약한 책 '투자의 기초'를 냈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IBK투자증권 본사에서 신 사장을 만나 대학교 전공 서적에 필적하는 저서를 한마디로 압축해달라고 부탁했다.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IBK투자증권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투자의 가장 기본은 해당 투자처의 매크로(거시경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IBK투자증권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투자의 가장 기본은 해당 투자처의 매크로(거시경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신 사장은 "바둑은 정석으로 배워야 하고 수학은 기본 공식부터 시작하듯 투자의 가장 기본은 '매크로' (거시 경제 상황)"라며 "일단 투자는 기본에서 시작하되 숱하게 많은 투자 대상 중 투자처별로 고려해야 할 열쇠는 따로 있다"고 말했다.

투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주식시장이다. 주식에 투자할 땐 무엇보다 기업의 이익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 상황에 대입해 보자. 코스피 상장사의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 전망치는 3분기 9.3%, 4분기 -7.7%다.

신 사장은 "4분기 증시가 주춤할 수 있겠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디스플레이, 조선을 제외하고 전 업종의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축됐던 세계 가계 소비가 개선됐고 세계 교역량이 늘어 수출이 좋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진 순환매 장세로 주가가 고르게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은 "주식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분기별 이익 추이"라며 "이를 감안할 때 내년 상반기까지 주가는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오종택 기자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은 "주식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분기별 이익 추이"라며 "이를 감안할 때 내년 상반기까지 주가는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오종택 기자

신중론자로 알려진 신 사장은 지난 5월 '코스피 연내 3000 진입'을 전망해 업계에서 회자했다. 그는 "북핵 문제처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지만 않는다면 '3000'은 그만큼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는 상징적인 의미였다"며 웃었다.

부동산에 투자하려고 한다면 주택 공급량, 소득, 금리, 세 가지 변수를 핵심 변수로 꼽았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8·2 대책에 대해선 "지방은 공급량이 여전히 많지만 서울의 경우 공급량이 적다"며 "정부의 방향은 수요 억제 쪽인데 일시적으로 집값을 내릴 순 있겠지만 공급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지속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환율 관련 상품에 투자할 땐 미국 경상수지 적자 규모를 봐야 한다고 했다.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감내할 수준을 넘어서면 달러화 강세가 지속하기 어려워서다. 또 주로 채권으로 구성된 금리 상품은 성장률을 따져야 한다. 그에 따라 금리가 오르거나 내리면 채권 가격이 반대 영향을 받아 투자 수익률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신 사장은 "무엇보다 일반 개인 투자자는 복덕방이든 금융회사 PB든 간에 투자 조언을 구하는 쪽에다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36년의 7할(25년)을 리서치 부문에서 보낸 신 사장이 리서치에 갖는 애착은 남다르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쓴소리도 한다. 증권사 보고서는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된다는 책임감에서다. 신 사장은 요즘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나친 보신주의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목을 팔라는 '매도' 리포트가 꼭 일정 수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처럼 편향된 행태는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은 불특정 다수에게 공급되는 증권사 리포트의 책임을 강조하며 "요즘 애널리스트들의 '매수' 편향된 행태는 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종택 기자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은 불특정 다수에게 공급되는 증권사 리포트의 책임을 강조하며 "요즘 애널리스트들의 '매수' 편향된 행태는 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종택 기자

기업은 태생적으로 내부 어려움을 외부에 공개하길 꺼린다. 신 사장은 과거 리서치센터에 있을 때도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 재무 담당자에게 '당신 회사가 자금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가 여러 차례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애널리스트가 기업과 동등한 입장에서 얘기하려면 무엇보다 실력을 갖춰야 한다"며 "기업 IR팀이 내놓는 자료를 가공하는 수준이 아니라 분석 대상 업체와 거래업체, 해당 업종의 소비자 성향 등을 직접 조사해서 분석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사장이 IBK투자증권을 이끌기 시작한 것은 2014년 8월부터다. 당시 이 회사는 만년 적자 구조였다. 리테일 부문에서만 150억~200억원 적자가 났다. 직원 1인당 1억원 이상 적자를 본 셈이다. 대표로 취임한 후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이 났고 2년 임기는 1년 연장됐다.

최근엔 자기자본 대비 높은 채권 비율이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값이 떨어져 채권 손실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신 사장은 "충분히 헤지(위험 분산)하고 있다"며 "이미 금리가 올라 있고 전 세계 성장률이 급격히 개선되긴 어려운 상황이라 앞으로 금리 상승 폭 역시 획기적으로 높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신기술금융 시장에선 계속 지분을 넓혀 갈 계획이다. 신기술금융은 신기술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을 금융 측면에서 지원해 성장시킨 뒤 이익을 얻는 사업 모델이다. IBK투자증권은 현재 3개 기업에 40억원을 투자했다. 연내 추가 투자를 위해 대상 기업을 물색 중이다.

신 사장은 "3분기 중 IBK기업은행도 참여하는 200억원 규모 '창업기업 일자리창출 펀드'(가칭)를 결성하고, 산업은행이 출자하는 215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지원 펀드도 추가 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커버린 대기업은 돈을 쓸일이 많지 않다"며 "기업 금융을 키우고 벤처기업 육성을 육성하는 것은 한국 경제 활로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금융업계 전반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신 사장은 3년간 가장 보람된 일로는 직원들에게 '자신감 DNA'를 심어준 것과 학습하는 조직 문화를 만든 것을 꼽았다. 그는 "적자만 보던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할 수 있다'(We can do)는 자신감을 준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신성호 사장은
1981년 11월 삼보증권(1983년 동양증권과 합병, 대우증권으로 출범)에 입사했다. 대우투자자문, 대우경제연구소, 대우증권을 거쳐 우리증권, 동부증권, 우리투자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맡았다. 우리선물 대표을 역임한 뒤 IBK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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