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사회 NGO] '보수 연대'로 뭉쳐 목청 높이는 우익단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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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최근 보수 시민단체의 핵심세력으로 '반핵반김 국민대회'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1일 1백14개 보수단체가 모여 '반핵반김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를 개최한 것이 시초다.

이어 6월 21일엔 '반핵반김 한.미동맹 강화 6.25 국민대회'가, 지난 15일엔 '건국 55주년 반핵반김 8.15국민대회'가 열렸다. 3.1절대회와 6.25대회에는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8.15대회에도 1만5천명이 참석, 상당한 동원력을 보이고 있다.

'반핵반김 국민대회'는 상설기구가 아니다. 주요 기념일에 자유시민연대.자유민주민족회의.재향군인회.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보수단체들이 결집, 공동의 주장을 펼치는 연합체다. 여기엔 북핵저지 시민 연대.청년 우파연대.주권찾기 시민모임등 다양한 '우파'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말 북한 핵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하고, 이어 주한미군 철수론까지 나오자 뜻있는 인사들이 만나 '보수 대결집'을 논의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나라가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위기의식에서 보수세력의 단결을 호소하는 국민대회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국민대회 측은 반핵.반김정일 노선과 한.미동맹 강화를 강력히 주장하면서 현 정부에 대해 '국가를 좌경으로 몰고 간다'며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집회에선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가 많이 등장한다.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공기 소각 문제도 "반국가단체 상징물을 태운 게 문제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홍보는 보수 인터넷 신문인 '독립신문'(www.independent.co.kr)이 주로 맡는다.

국민대회 안응모 집행위원장은 "YS정부 이후 최근 10여년간 학교교육에서 안보교육이 실종됐고 최근엔 언론에 탈북자들 인터뷰조차 나오지 않아 젊은층은 물론 상당수 중.장년층마저 북한의 실상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는 일과성 대규모 집회보다 김정일 정권의 실상과 대북 정책의 문제점을 홍보하는 강연활동을 전국적으로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진보진영과 소모적인 장외 집회대결보다 TV토론회 등을 통해 국민들 앞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고 싶다고 했다.

이 단체의 서시주 대변인은 "진보진영에서 우리를 수구라고 비난하지만, 정작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대남 적화통일 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북한을 비호하는 세력이 수구"라고 주장했다.

현재 이들은 국민대회의 상설기구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정권 시절의 반공 제일주의를 그대로 답습할 뿐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보수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걸림돌이다. 또 젊은 층의 참여가 부족한 것도 이들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한편 과거 대표적 보수단체였던 한국자유총연맹(총재 권정달)은 최근 국민대회 측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유총연맹은 최근 열린 8.15대회에 불참했다.

연맹의 장수근 홍보매체본부장은 "3월과 6월 반핵반김 대회에 참석해 본 결과 일부 단체가 '정권 퇴진'등 지나치게 과격한 구호를 들고 나온 사례가 있어 불참했다"고 밝혔다.

張본부장은 "우리는 극우가 아닌 개혁적 보수를 지향하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집회에는 참여하겠지만, 과격한 주장으로 이념 분열을 심화하는 집회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대회 관계자는 "8.15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유형.무형의 압력을 많이 느꼈다"며 "간접적으로 정부의 영향권에 있는 자유총연맹이 대회에 참여하기에는 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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