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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추적기 살인' 유족 vs 경찰 진실 공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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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스마트 워치 이미지.

경찰의 스마트 워치 이미지.

지난 21일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 워치’(위치추적기)로 긴급 신고를 했지만 살해된 여성 임모(57)씨 사건과 관련해 임씨의 딸(26)이 경찰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경찰이 늑장 출동을 해놓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출동 현장 주변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런 유족의 주장에 경찰은 “잔인한 범행장면이 녹화된 영상이 SNS에 유포될 수 있어 삭제 요구한 것이다. 사건 은폐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유족, "늑장 출동한 경찰이 블랙박스 영상 삭제 시도 등 은폐"주장 #경찰, "사실무근. 잔인한 범행장면 유포 우려해 삭제요구” 밝혀

임씨는 지난 21일 오후 6시 35분쯤 부산 강서구 신호동의 한 민속주점 앞 거리에서 지난 7월 헤어진 동거남 배모(58)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과 배 등을 여러 차례 찔려 숨졌다. 당시 임씨는 지난 18일 받은 스마트 워치를 오후 6시 28분 눌렀고, 1분 뒤 지령을 받은 경찰이 출동하면서 오후 6시 37분 임씨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이어 2분 뒤인 오후 6시 40분 450m가량 떨어진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이때는 임씨가 이미 숨진 뒤였다. 이 때문에 경찰의 늑장출동과 위치 추적기의 무용론 등 논란이 일었다.

임씨의 딸은 27일 중앙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사건 현장에 있던 차량 소유자에게 경찰의 늑장 출동 당시 찍힌 블랙박스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있다”며 “차량 소유주와의 통화 녹음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블랙박스 영상 가운데 경찰 출동 당시의 영상은 이미 삭제돼 있다고 A씨는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일균 강서경찰서 수사과장은 “이미 사건 증거자료를 확보한 상태에서 잔인한 범행장면이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이 SNS에 유포될 수 있어 차량 소유주에게 삭제를 요청한 것이다. 사건 은폐는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또 “문제의 블랙박스에는 범행 장면만 녹화됐을 뿐 112순찰차나 119구급차량은 녹화되지 않았다. 이 부분은 유가족도 이해한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부산 강서경찰서. [다음 로드뷰]

부산 강서경찰서. [다음 로드뷰]

'사건 현장이 아닌 임씨 집으로 먼저 가 출동이 늦었다'는 경찰의 설명에 대해 딸은 “사건 발생 2시간 전 (인근 파출소) 경찰이 어머니 가게로 와서 순찰 후 동선을 파악하고도 쓸데없이 집으로 출동했다”며 경찰의 공조가 허술했다고 지적했다. 경찰들의 공조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어머니 임씨 집(아파트)에 가기 전에 있는 가게를 먼저 출동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당시 경찰이 출동하면서 중앙선을 넘고 신호위반을 하며 최대한 빨리 출동했다는 경찰 측 해명에 대해 딸은 “전혀 그런 적이 없고 사이렌도 울리지 않았다는 경찰관의 고백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딸은 “경찰이 이 사건을 덮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서경찰서 신호파출소 정명호 소장은 “(112 신고) 지령을 받자마자 출동하면서 사이렌을 울리고 차량 정체로 지체된 사실은 있지만 중앙선을 침범하는 등 최대한 빨리 출동했다. 유가족이 정보공개 청구로 출동 당시 영상을 요구하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유가족의 딸이 인터넷에 올린 글. [인터넷 촬영]

유가족의 딸이 인터넷에 올린 글. [인터넷 촬영]

딸은 유가족의 딸이라고 신분을 밝힌 뒤 자신의 주장을 언론사 인터넷 기사에 댓글로 올리기도 했다. 딸은 댓글에서 “(어머니는) 스마트 워치를 믿고 기다리다 살해됐다. 스마트 워치만 아니었다면 뒷문으로 바로 빠져 나가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유족이 ‘계획적 살인’이라고 주장함에 따라 보강 조사를 하고 있다. 앞서 배씨는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경찰은 범죄 피해자와 신고자 등의 신변보호를 위해 2015년 도입한 스마트 워치(웨어러블 긴급호출기)를 현재 전국적으로 2050대를 운영 중이다. 지급 대상자의 성별 중 여성이 92%다.

스마트 워치는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단말기의 SOS버튼을 누르면 112신고와 동시에 현재 위치가 전송되고, 보호자 등에게 긴급문자가 전송된다. GPS(위성위치 확인시스템), 와이파이(무선인터넷), 기지국 표시(셀) 3가지 방식으로 신고자의 위치를 알린다.

하지만 도심을 벗어나거나 건물 내부에 있으면 기지국 방식으로 작동되면서 신고자를 찾기 어려워지곤 한다. 경찰은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다음달 부터 신형으로 교체를 추진 중이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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