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UAE에 C2 수송기, 태국엔 레이더 수출 추진

중앙일보

입력

일본 항공자위대 C2 수송기 [항공자위대 홈페이지]

일본 항공자위대 C2 수송기 [항공자위대 홈페이지]

 일본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에 항공자위대의 C2 신형 수송기, 태국에 지상 방공 레이더 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은 해외에 방위 장비 완성품을 수출한 실적이 없는 만큼 계약이 이뤄지면 첫 케이스여서 주목된다. 일본은 2014년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마련해 무기 수출의 길을 열었으나 영국의 초계기, 호주의 잠수함 도입 사업 수주에 실패했다.

계약 이뤄지면 무기 완성품 첫 수출 케이스 #2014년 무기 수출 허용...그동안 수주 실패 #C2는 긴 항속거리가 장점, 4-5년 후 결정 #레이더 수주 참가는 중국 견제 의미도 커 #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여러 기의 C2를 구매하고 싶다”는 UAE 정부 요청에 따라 성능 등에 관한 정보를 이미 제공하기 시작했다. 방위성과 경제산업성은 향후 가격과 구매 대수를 포함한 교섭을 본격화하고 ‘방위장비품, 기술 이전 협정’ 협상도 조만간 개시한다. 동시에 UAE에 대한 수출이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에 부합하는지도 검토한다. UAE가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예멘에 대한 공격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3원칙의 하나인 ‘분쟁 당사국에 대한 장비 수출 금지’ 위반에 해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위성은 현재 UAE가 분쟁 주도국이 아닌 만큼 C2 수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관계 부처, UAE와의 협의를 거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수출 여부를 최종 결정을 할 계획이다. 양국 협정 체결에서 일본 정부의 최종 결정까지는 4~5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일본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가와사키(川崎)중공업이 제조사인 C2 수송기는 항속거리가 7600㎞, 탑재량이 20t으로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C130 수송기에 비해 항속거리는 약 두 배, 탑재량은 약 네 배에 이른다. 수륙양용차나 장갑차도 탑재할 수 있어서 외딴 섬 방위에도 사용된다. 가격은 1기당 약 190억엔(약 1951억원)이다.

 일본 방위성은 이달 말로 예정된 태국의 방공레이더 입찰에도 참여할 방침이라고 산케이신문이 이날 전했다. 일본이 동남아시아에서 대형 무기 수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 자위대가 운용 중인 FPS-3레이더. [사진 NHK뉴스 캡처]

일본 자위대가 운용 중인 FPS-3레이더. [사진 NHK뉴스 캡처]

 이에 따르면 태국에 수출하려는 장비는 항공자위대 레이더 ‘FPS-3’다. 미쓰비시(三菱)전기가 제작사인 이 레이더는 안테나를 회전시키지 않고도 여러 방향으로 레이더파를 쏘아 항공기 등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기능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FPS-3는 1991년부터 일본 전국 7곳에 배치돼 외국 항공기의 영공 침범과 접근 감시를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레이더를 보완해 수출할 방침이다. 태국은 현재 3기의 레이더를 해외에서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산케이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가맹국과 방위 장비를 통한 안전보장 협력 강화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미도 크다"며 "일본이 수주에 성공하면 자위대 요원이 현지에서 레이더 운용 등의 교육 훈련도 하게 되는 만큼 중국 공군 동향에 관한 정보 공유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태국이 올해 중국 잠수함 1척을 구매하는 계약을 맺어 대중 관계가 깊어지고 있어 중국이 태국에 일본 레이더를 도입하지 말도록 압력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산케이는 덧붙였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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