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에 도움 되고파"...60대 암 환자, 평생 모은 1억원 기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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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일로 모은 1억원을 소방공무원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탁한 황경자씨. [연합뉴스]

식당일로 모은 1억원을 소방공무원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탁한 황경자씨. [연합뉴스]

식당에서 일하며 모은 1억원을 소방공무원 자녀들을 위해 써달라며 장학금으로 기탁한 60대 여성의 사연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순천에 거주하는 69세 황경자씨는 19살 때 상경했다. 이후 30여 년 동안 식당에서 일했다. 그렇게 손에 쥔 돈은 1억여원. 그는 지난 2000년 자신이 살던 서울집이 재개발되면서 집을 비우고 고향인 순천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순천에 내려온 그는 올해 폐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이미 몸 여러 군데가 망가져 있었다. 홀로 치료를 받아왔지만, 더이상 손을 쓸 수 없다는 소식을 접해야 했다. 장학금 기탁을 결심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황씨는 평소 언론 등을 통해 소방공무원들의 처우에 관한 내용을 접했다. 소방공무원들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에 순천소방서에 장학금 기탁 뜻을 전했다. 그의 장학금은 25일 전달됐다.

황씨는 "힘들게 모은 1억 원을 뜻깊게 사용한 것 같아 뿌듯하다"며 "평소 뉴스를 통해 소방공무원이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국민을 위해 수고하는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기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장학금을 전달받은 전남도지사 권한대행 김갑섭 행정부지사는 "소방공무원들의 노고에 관심을 갖고 아름다운 기부를 실천한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이런 좋은 일들이 세상에 많이 알려져 나눔 문화가확산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남인재육성재단은 황씨가 기부한 1억원을 장학기금으로 적립해 매년 발생하는 이자를 '황경자 장학금'이라는 이름으로 순천소방서 소방공무원 자녀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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