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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린 북한 병사들, 싸울 수 있는 상태 아니야"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한 뒤 군 지휘부와 기뻐하고 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한 뒤 군 지휘부와 기뻐하고 있다. [노동신문]

국제사회가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한 가운데, 최악의 가뭄까지 겹치면서 수백만명의 북한 주민들이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열국 일간 가디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의 북한 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2500만명의 북한 주민들 대다수가 가뭄 때문에 식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대북 제재로 일자리까지 잃을 위험에 처했다고 전했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에는 먹여 살릴 군인이 너무 많다"며 "부패가 만연해 고위급 장교가 수익을 위해 배급용 식량을 사설 시장에 팔아넘기고 나면 일반 사병들에게 남겨지는 것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초 북·중 접경에서 취재원들을 만나 북한의 현재 상황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취재원은 북한 내에서도 미국과의 전쟁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북한 군인들의 체력상태가 좋지 않아 전쟁을 수행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미국과의 긴장 관계에만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면 북한 주민의 곤경은 간과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김정은 노동위원장이 원하는 것이다. 힘 있는 이미지를 내세워 그와 북한 주민이 동일체라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며 "다른 국가에서라면 식량 부족사태 시 폭동이 일어나겠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제재와 가뭄은 내년 봄까지 북한 경제를 위험한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며 "평범한 북한 주민들에겐 고난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 전문 인터넷뉴스인 데일리NK는 북한 소식통들을 인용, 일부 주민들이 생계 개선보다는 미사일 개발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김정은 정권에 의해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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