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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살 돋을 만큼 불쾌했다”는 클린턴, 트럼프가 어떤 행동 했길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정치집회를 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이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화를 공개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23일(현지시간) MSNBC에 다음 달 출간될 회고록 『What Happened 』(무슨 일이 있었나) 일부를 발췌해서 알렸다. 이 책은 지난해 11월 대선 캠페인 기간 일어났던 일들을 회고하고 자성한 비망록 형식이다.

“대선 토론회 때 바짝 붙어 뒷목에 입김 불어넣어” # 내달 출간되는 회고록에 대선 당시 토론 장면 담아 # 전 정보국장, “트럼프 핵 무기 사용권 통제 불능할 수도” #

가장 시선을 끈 내용은 지난해 10월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서 열린 2차 TV토론에서 경쟁자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묘사한 대목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뒤에 바짝 붙어서 뒷목에 입김을 불어넣는 바람에 ‘닭살’이 돋을 만큼 불쾌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TV토론은 미 대선 역사상 ‘가장 추잡한 토론’으로 불렸을 만큼 두 후보가 거친 입담을 주고받았던 격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토론 이틀 전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공개돼 궁지에 몰렸었고, 클린턴 전 장관은 토론 내내 이를 집중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 추문으로 반격하면서 토론은 그야말로 ‘추문 논쟁’이 됐다.

클린턴 전 장관은 발췌본에서 “트럼프는 내 뒤에 있었는데 전 세계에서 여자들을 더듬었다고 떠벌리는 것을 들었다. 우리는 작은 무대에 있었는데, 내가 어디로 걸어가든 그는 나를 바짝 따라와 뚫어지라 응시하고 얼굴을 마주 댔다”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는 문자 그대로 내 목에 입김을 불어넣었다. 내 피부에 닭살이 돋았다”고 적었다. 그는 “여러분이라면 트럼프가 당신의 개인 공간을 계속 침범하지 않는 것처럼 평정을 유지하고 미소를 지으면서 계속 (말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또 “아니면 여러분은 돌아서서 트럼프의 눈을 보면서 ‘물러서 이 소름 끼치는 인간아, 나에게서 떨어져. 당신이 여성들을 겁주는 걸 좋아하는 걸 알지만 나한테는 안 통할걸. 그러니 떨어져’라고 큰소리로 분명히 말하겠느냐”라고 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평정심을 찾고 차분히 대응하는 쪽을 선택했고, 그게 오히려 TV토론에서 기선을 제압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회고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앞서 제임스 클래퍼 미국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무기 발사 코드가 그에게 부여된 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날 새벽 CNN에 출연해 북한 김정은 정권과의 군사 긴장을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화가 치밀어 김정은에 대해 뭔가를 해야 하는 결정을 한다면 실제 그것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핵무기) 체계는 필요하면 신속한 대응을 보장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래서 핵 무기 사용권을 행사하면 통제할 방법이 거의 없다. 그게 매우 무시무시하다”고 우려했다.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AP=연합뉴스]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AP=연합뉴스]

클래퍼 전 국장의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애리조나 피닉스 집회에서 샬러츠빌 유혈사태 등의 책임을 ‘가짜 언론’에 돌린 것과 관련한 논평 중에 나왔다. 그는 피닉스 집회를 거론하며 “완전히 무시무시하고 충격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있을만한 역량이 되는지 정말 의문이 든다. 대통령이 되고자 한 그의 동기에 관해서 의아하게 여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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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는 클래퍼 전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지만 오랜 동안 공화당과 민주당 두 정권 하에서 군 및 정보기관 고위직에 있었던 경력을 고려할 때 전례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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