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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미사일 엔진,탄두 꽝꽝 생산하라"…SLBM 카드 꺼내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고체 미사일 엔진과 탄두를 "꽝꽝 생산하라"고 지시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북한이 미국을 향한 미사일 공격 위협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사일 소재 개발을 밤당하는 국방과학원 산하 화학재료연구소를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미국을 향한 미사일 공격 위협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사일 소재 개발을 밤당하는 국방과학원 산하 화학재료연구소를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국방연구원 화학재료연구소를 현지지도했다”며 “첨두(탄두 앞부분) 재료의 시험 결과를 보고받고, 고체 로케트발동기(엔진) 제작 공정을 현지에서 요해(이해)하고 생산을 보다 높은 수준에서 정상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과업과 방도를 밝혀줬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탄소탄소(CC) 복합 재료에 의한 로케트 전투부(탄두) 첨두 및 발동기 분출구 생산 능력도 보다 확장하여 고체 로케트 발동기와 로케트 전투부 첨두를 꽝꽝 생산해야 한다는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탄소 복합 소재인 CC는 높은 열에 강해 미사일 탄두나 엔진 주변의 부속품에 사용된다.

김정은 국방연구원 산하 화학재료연구소 현지지도 #보안 요구되는 미사일 자료 의도적 공개 #괌 타격 협박 이어 잠수함발사미사일 위협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화학재료연구소 현지지도 모습. [사진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화학재료연구소 현지지도 모습. [사진 조선중앙통신]

통신은 김정은의 현지지도 날짜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통상 언론 보도 전날 이뤄져 왔다는 점에서 22일 현지지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은 해리 해리스 태평양 사령관 등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작전을 책임지는 미군 수뇌부가 오산 기지에서 한반도 방위공약을 재확인하는 기자회견을 한 날이다. 따라서 김정은의 현지지도는 미군의 한반도 전쟁 지휘부의 방한에 따른 맞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의 현지지도 공개 여부는 고도의 선전선전술 차원에서 이뤄진다”며 “8월 초순 휴전선 근처 1㎞ 앞까지 왔었지만 북한은 공개하지 않은 반면 고도의 보안을 요구하는 전략 시설인 미사일 개발 관련 시설을 공개한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10차례 공개 활동을 했던 김정은은 지난 14일 미사일 부대인 전략군 사령부를 찾은 뒤 8일 만에 이곳을 찾았다. 이달 들어 북한 선전매체가 공개한 활동은 두 차례로 불과한 데 모두 미국 본토 공격용으로 개발하는 미사일과 관련된 시설이라 대미 위협용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현지지도하고 있다는 북한 매체의 사진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현지지도하고 있다는 북한 매체의 사진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은 또 김정은의 공개 활동을 선전하며 10장의 사진을 공개했는데, 김정은 양 옆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3형의 구조가 그려진 대형 그래픽을 그대로 내보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이 무기 실물이나 그래픽, 제원 등을 공개하는 것은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며 “새로 개발중인 SLBM이나 아직까지 실제 사격을 하지 않은 화성-13형을 통해 위협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현지지도한 화학재료연구소는 미사일 소재 개발을 담당한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현지지도한 화학재료연구소는 미사일 소재 개발을 담당한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특히 정부 당국은 북한이 SLBM 그래픽을 내보낸 데 대해 주목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지난달 SLBM을 개발하는 함경남도 신포에서 SLBM용으로 추정되는 엔진 연소실험을 수 차례 실시했다”며 “북한이 SLBM을 쏠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8월 24일 신포 인근 해상에서 SLBM(북극성-1)을 쏴 최고고도 593㎞, 490여㎞를 날려 보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개된 사진속의 그래픽이 사실이라면 SLBM의 사거리를 연장하고, 대기권 재진입체의 고열에 견디는 특성이 진전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사일을 쏘기 직전에 별도의 연료 주입이 필요없어 발사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고체연료 엔진을 강조한 것 역시 미국이 본토 공격에 위협을 느끼는 ‘약한 고리’를 공략함으로써 향후 대미 협상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차원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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