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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뇌출혈, 나노기술로 치료한다

중앙일보

입력

국내 사망 원인 2위인 뇌혈관질환 중 30%는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이다. 뇌출혈 환자는 출혈보다도 뇌가 붓는 뇌부종이 더 위험하다. 출혈로 인한 뇌 손상보다 염증반응으로 인한 뇌부종이 뇌의 압력을 높여 더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뇌혈관질환 30%는 뇌 혈관 터지는 뇌출혈 #출혈보다 염증으로 인한 뇌부종 더 위험해 #서울대병원 연구팀의 '세리아 나노입자' #염증 억제 효과, 뇌부종 68.4% 감소시켜

하지만 뇌출혈로 인한 뇌부종에는 혈압을 낮추는 약물 외에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다. 고인 피를 뽑는 수술(혈종제거 수술)은 일부 환자에게서만 효과가 있고 위험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뇌출혈 환자의 40%가량은 한 달 내 사망한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 연구팀(제1저자 강동완·정한길·김치경)은 뇌출혈 후 주변 조직의 염증반응이 뇌부종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23일 "동물실험 결과 자체 개발한 ‘세리아 나노입자’가 염증반응을 억제해 뇌부종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돼 관련 논문을 국제 학술지 ‘나노 연구'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사용한 세리아 나노입자는 자연에 존재하는 산화세륨(세리아)을 17~18nm(1nm는 10억분의 1m) 크기로 공정한 특수 물질이다. 이번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강동완 공중보건의는 "세리아는 염증 반증 시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동물실험 결과 망막변성·척수손상 등 다양한 질환에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뇌출혈 생쥐의 정맥에 세리아 나노입자를 주입한 쪽은 그렇지 않은 쪽과 비교해 뇌출혈 주변에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대식세포가 줄었고, 염증반응 시 생기는 단백질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뇌출혈로 인한 뇌부종은 68.4%나 감소했다.

뇌출혈 생쥐 여러 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세리아 나노입자를 주입한 쪽(오른쪽)은 뇌를 붓게하는 초록색 염증물질(별아교세포·대식세포)이 눈에 띄게 줄었다. [사진 서울대병원]

뇌출혈 생쥐 여러 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세리아 나노입자를 주입한 쪽(오른쪽)은 뇌를 붓게하는 초록색 염증물질(별아교세포·대식세포)이 눈에 띄게 줄었다. [사진 서울대병원]

뇌출혈 생쥐 여러 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세리아 나노입자를 주입한 쪽(각 그래프의 오른쪽 'Ceria')에서 뇌부종이 68.4% 감소했다(왼쪽). 단, 뇌에 고인 혈액 크기(혈종)은 양쪽이 비슷했다. [사진 서울대병원]

뇌출혈 생쥐 여러 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세리아 나노입자를 주입한 쪽(각 그래프의 오른쪽 'Ceria')에서 뇌부종이 68.4% 감소했다(왼쪽). 단, 뇌에 고인 혈액 크기(혈종)은 양쪽이 비슷했다. [사진 서울대병원]

이승훈 교수는 “뇌출혈 치료에 나노 기술을 도입,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인제 적용을 위해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정부 지원(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 질환극복기술개발사업, 미래부 기초연구사업)을 받아 수행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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