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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오로지 국산 장어 … 주문 즉시 손질, 하루 100마리만 팔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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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맛대맛 다시보기 │ 동원민물장어

동원민물장어의 장어구이. 사진 위쪽부터 고추장구이, 간장구이, 소금구이.

동원민물장어의 장어구이. 사진 위쪽부터 고추장구이, 간장구이, 소금구이.

매주 전문가 추천과 독자 투표로 1, 2위 집을 소개했던 ‘맛대맛 라이벌’. 2014년 2월 5일에 시작해 1년 동안 77곳의 식당을 소개했다. 그집이 지금도 여전할까, 맛대맛 라이벌에 소개했던 맛집을 돌아보는 ‘맛대맛 다시보기’ 이번 회는 장어(2014년 7월 23일 게재)다.

“매일 아침에 장어를 한 마리씩 먹어요. 그날그날 장어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서죠.”

서울 북창동 골목에 있는 ‘동원민물장어’ 조현호(60) 사장이 수족관에서 장어를 꺼내며 말했다. 조 사장은 매일 아침 이 수족관에서 꺼낸 장어를 구워서 맛보고 상태가 안 좋으면 아예 장사를 포기한다고 한다. 그는 “오래 장사하려면 기본에 충실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민물장어 산지로 유명한 전남 광양이 고향인 조 사장은 어릴 때부터 장어를 즐겨 먹었다. 부모님 따라 유명하다는 장어집은 모두 다녀봤기에 좋은 장어 알아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장어 장사에 뛰어든 건 아니다. 군 제대 후 결혼하고 애를 낳을 때까지 극단을 기웃거리며 배우를 꿈꾸다 20대를 다 보냈다. 그렇게 30대를 맞았고 뭘 해야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 장어를 떠올렸다.

지금은 북창동 대표 맛집으로 꼽히지만 북창동에 자리 잡은 건 2010년이다. 1986년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땐 지하철 3호선 신사역 뒤쪽의 먹자골목에 자리 잡았다. 모두들 “강남이 좋다”고 했지만 49㎡(약 15평) 남짓 작은 가게에 손님이 없는 날이 더 많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뭐든 한 우물을 파라고 하셨어요. 너무 힘들어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이 말을 떠올렸죠. 어머니가 응원해 주시기도 했고요.”

10년이 지나자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다. 2005년 가게를 넓혀 종각역 뒷골목으로 옮겼다. 청와대를 비롯해 감사원·국세청, 주변 신문사, 삼성 직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인근 호텔 셰프도 많이 찾았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다 2010년 위기를 맞았다. 식당 자리가 재개발되면서 권리금 한 푼 못 챙기고 떠나야 했다. 그래서 정착한 게 지금의 북창동이다. 여기서도 매년 월세를 100만원씩이나 올려 달라는 통에 2017년 3월 150m 더 들어간 후미진 골목으로 이전했다. 조 사장은 “30년 전 찾아온 중년의 손님이 여든 넘어 지금까지도 찾아와 준다”고 고마워했다.

비결은 역시 맛이다. 동원민물장어는 전북 고창·부안 등에서 잡히는 국내산 장어만 쓴다. 또 가장 맛이 좋다는 200g짜리만 사용한다. 간혹 손님들이 큰 장어를 찾으면 그는 “큰 장어 중엔 기름기 많고 원가가 싼 필리핀산이 많다”고 설명한다.

장어는 주문이 들어오면 잡는다. 가끔 주말에 아들이 도와주는 걸 제외하면 장어를 손질하고 굽는 모든 과정을 혼자 다한다. 그러니 하루에 100마리밖에 못 판다.

“장어는 미리 잡아 두면 육즙이 빠져 맛이 없어요. 우리집에서 주문하고 최소 30분은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죠. 성격 급한 손님들은 화를 내기도 하지만 맛없는 장어를 내놓을 순 없잖아요.”

소금·간장·고추장구이 세 종류를 파는데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건 간장구이다. 간장에 한약재와 표고버섯, 다시마 등 26가지 재료를 넣고 하루 종일 끓여 만든 특제 양념을 발라 굽는다.

글·사진=송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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