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인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김 대통령님은 햇볕 정책으로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개선했고 2000년 6월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과 6ㆍ15 공동선언으로 남북 화해 협력의 빛나는 이정표를 세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의 말은 한반도의 주도권을 쥔다는 ‘한반도 운전자론’의 재확인이자, DJ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 DJ 8주기 추도식서 '햇볕정책' 계승 강조 #"'대화 거절' 북한에 대한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와 #홍준표 대표와 악수…안철수 전 대표 만남 불발
문 대통령은 특히 “대통령님은 안보는 안보대로 철통같이 강화하고 평화는 평화대로 확고하게 다지는 지혜와 결단력을 발휘했다”며 “본받고 싶은 정의로운 삶의 길이고, 국가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뒤따라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먹구름이 몰려오더라도 한반도 역사에 새겨진 김대중의 길을 따라 남북이 다시 만나고 희망이 열릴 것이라고 저는 믿는다”고도 강조했다.
현직 대통령이 DJ의 추도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도 참석했다. 당시 “현직 대통령으로서 참석하는 것은 마지막이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다시 찾아뵙겠다”고 했지만 이날은 관련 언급이 없었다.
문 대통령은 추도식 참석 전 김정숙 여사와 함께 DJ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문 대통령이 거동이 불편한 이 여사에게 무릎을 굽혀 인사하며 “저도 저지만 집사람에게 좀 많이 가르쳐주십시오”라고 말하자 이 여사는 “내외분이 너무 잘하셔서 자랑스럽다”고 답했다. 추도식에서도 휠체어에 탄 이 여사를 뒤따라 입장한 뒤 “여사님은 대통령님과 함께 독재의 온갖 폭압과 색깔론과 지역 차별에도 국민과 역사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지켜낸 동지”라며 예를 표했다.
정치권에선 이날 행보와 관련 “문 대통령이 과거 북한과의 대화 물꼬를 튼 DJ에 대한 계승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북한에 강한 대화의 메시지를 보내는 의미”라는 말이 나왔다.
한편 추도식엔 여야 5당 지도부와 동교동계 원로들이 총집결했다. 전당대회를 치르고 있는 국민의당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 이언주ㆍ정동영ㆍ천정배 의원 등 당권 주자와 박지원 전 대표 등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이후 처음 만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가볍게 악수를 나눴지만 행사장 뒤편에 앉은 안철수 전 대표와는 마주치지 않았다.
과거 DJ를 중심으로 활동한 ‘민주당계’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쪼개져 있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등 동교동계와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린 박지원 전 대표 등은 국민의당으로 이동했다. 반면 추미애 대표, 우상호 의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소위 ‘젊은 피’들은 민주당에 남았다. 지역적으로는 국민의당은 호남에, 민주당은 비호남에 다수가 분포돼 있다.
강태화ㆍ유성운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