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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文 대통령 징용 입장 뒤집어, 골 포스트 또 옮기나"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일제 강제징용피해자에 대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언급한데 대해 일본 정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日 정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에 찬물" 항의 #보수 진보 언론 할 것 없이 "한일관계 불씨" #아사히도 文대통령에 "여론을 미래로 이끌어야" #"日기업들, 한국 정치 리스크 실감하는 중"

18일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전날 문 대통령의 발언 직후 한국 정부에 곧바로 항의를 했다.
일본 측은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지향하는 가운데,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라는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이 신문은 핵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는 북한에 대해 한미일이 결속해 대응하는 미묘한 시기의 발언인 만큼 “북한을 이롭게 할 뿐(일본 내 한일관계 소식통)”이라는 개탄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제공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제공 청와대]

일본 언론들은 18일 일제히 문 대통령의 발언을 다루며 “강제징용노동자 문제가 한일관계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5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강제징용노동자 배상 문제는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마무리 됐다”는 입장을 밝혔을 당시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이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한국 정부는 이제까지 징용 피해자 보상과 관련해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이었다면서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정부의 지금까지의 견해를 뒤집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문 대통령이 정치인이 되기 전 노동문제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변호사여서, 징용노동자 문제에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서 “실제 징용노동자 소송에 문 대통령이 소속됐던 변호사 사무소도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언론뿐 아니라 진보 성향의 아사히 신문도 사설을 통해  “역사문제는 한쪽의 당사자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최근 개봉된 영화 ‘군함도’ 등) 여론이 문 대통령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여론을 미래로 이끄는 설득을 할 때야말로 진가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향후 법원 판결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을 보였다. 현재 일본 기업 상대로 한 소송은 최소 14건으로 이 가운데 3건은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2심에서 모두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졌지만, 2심 판결 이후 2~4년간 선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보수 정권인 박근혜 대통령 시대에는 (일본 기업인 모임인)게이단렌을 중심으로 경제 외교가 활발했고, 일본에서도 강제징용노동자 문제가 해결되어간다는 기대가 높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문 대통령에 의한 방침전환에 일본기업에서는 ‘한국의 정치리스크가 크다고 인식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기업에 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이 한국내에서 계속되자 지난 2013년에는 게이단렌 등 일본 경제단체가 “양호한 양국경제관계를 해칠 수 있어 깊게 우려한다”고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소송규모가 최대였던 2015년에는 일본기업 약 70개사가 대상이 됐다. 한 기업의 간부는 “향후 우리도 주장을 담담히 펼쳐나갈 뿐”이라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2015년 12월 한일간 위안부 합의 이후 한국 내에서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데 이어 이번에는 징용에서도 골포스트를 흔들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도쿄= 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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