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더워서…27년의 기억 잃은 남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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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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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대만의 한 남성이 나 홀로 1990년을 살아가게 됐다. 무더위로 인해 뇌세포가 익어버렸기 때문이다.

15일 대만 현지 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대만 타이베이의 한 공사장에서 실외 작업을 하던 59대 남성이 더위를 먹고 고열 증세를 보이며 실신했다.

병원 후송 당시 혼수상태에 빠진 이 남성의 체온은 43.8도에 달했다.

병원에서는 얼음 주머니, 공업용 선풍기 등을 동원해 가까스로 그의 목숨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나흘 뒤 정신이 돌아온 그는 '올해가 몇 년이냐'는 의사의 질문에 "1990년"이라고 대답했다. 27년간의 기억을 잃은 것이다.

이 남성의 전문의는 "간, 신장, 폐 등에 다발성 장기부전을 겪고 있다"며 "장시간 폭염에 노출돼 있으면서 뇌세포가 익어버렸다"고 말했다. 그의 손상된 뇌세포가 회복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15일 타이베이의 최고기온은 37도로 11일 연속 36도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2012년 7월 8~16일 이후의 기록을 깬 것으로 대만이 기상관측을 시작한 1897년 이래 120년 만에 처음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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