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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민주권’과 ‘촛불’ 이례적 언급…‘평화’ 20차례 강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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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주요 언급 단어. 신재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주요 언급 단어. 신재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15일 첫 광복절 경축사에는 역대 대통령이 사용하지 않았던 ‘국민주권’과 ‘촛불’이란 단어가 여러 차례 등장했다.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헌정 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 탄핵 이후 탄생한 정부인 만큼 국민주권과 촛불이란 표현을 각각 8번과 5번 사용했다.

역대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 또한 ‘평화’라는 단어를 20차례 사용했다. 하지만 이전 대통령이 언급한 평화와 뉘앙스가 달랐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속에 미국이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해결책으로 ‘군사적 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는 데 대한 상대적 의미로 ‘평화’라는 표현을 썼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다.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게 그런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경제협력’이란 말도 5번을 꺼냈다. ‘평화’와 함께 등장한 단어였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남북뿐 아니라 한국ㆍ중국ㆍ일본 등 동북아시아의 경제협력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의 경제협력과 동북아 경제협력은 남북 공동의 번영을 가져오고, 군사적 대립을 완화시킬 것”이라며 “경제협력의 과정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갖지 않아도 자신들의 안보가 보장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역사’는 14번 등장했고, 국민주권을 제외하고 ‘국민’을 17번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일제와 친일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다”며 ‘친일’이란 단어도 2번 사용했다. 건국ㆍ번영ㆍ도전ㆍ민주화가 각각 3번, 산업화는 2번 쓰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첫 경축사에서 등장시키지 않은 ‘통합’이란 단어를 문 대통령은 ‘치유와 화해, 통합’이라는 문구를 통해 두 차례 사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이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안보 분야와 광복절 관련 주제에 집중=역대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와 비교하면 문 대통령은 광복절 본연의 의미에 집중하는 연설을 했다. 김영삼 정부의 ‘신한국 창조’, 김대중 정부의 ‘제2의 건국’, 노무현 정부의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과 같은 새로운 키워드를 제시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새로운 키워드를 내놓진 않았지만 경축사에 ‘대한민국, 위대한 여정은 계속 됩니다’라는 부제를 달았다.

경제 문제 등 외교안보가 아닌 현안은 다루지 않았다는 점도 대비가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경제의 성공이 중요하다”며 ▶부동산 안정정책 ▶선진 노사문화의 정착 ▶자유무역협정(FTA)의 적극 추진을 강조했고, 교육 개혁에 관한 입장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앞으로는 경제활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정책 역량을 더욱 집중해 나갈 것”이라며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역동적 경제 생태계 ▶세일즈 외교 대통령 등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이 외교안보 분야와 광복절 관련 주제에 집중한 건 임기 개시 6개월이 다 됐을 때 첫 경축사를 했던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이제 임기 100일도 채 안 됐고, 취임 100일 기자회견(17일)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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