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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소녀상' 위안부 기림일과 광복절 맞아 11개 추가 건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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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에 들어설 평화의 소녀상.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와 소녀의 모습을 함께 형상화함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음을 표현했다. [사진 이이남 작가]

14일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에 들어설 평화의 소녀상.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와 소녀의 모습을 함께 형상화함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음을 표현했다. [사진 이이남 작가]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8월14일)과 8·15광복절(15일)을 맞아 광주광역시를 비롯한 전국 11곳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된다. 그동안 국내(40개)와 해외(7개)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47개였기에 이번 신규 건립으로 국내외 소녀상은 모두 58개로 늘어난다.

기존 국내 40개,해외 7개 등 모두 47개서 58개로 늘어나 #광주광역시 5곳·서울 2곳 등 14·15일에만 11곳 추가 건립 #'연약한 소녀' 대신 당당한 모습 통해 '위안부 피해' 강조 #경기 용인시, 충남 홍성군, 경북 안동서도 15일 제막식

2011년 12월 14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후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국내·외에는 소녀상(47개) 외에 평화비·기림비(41개)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표현한 공식 상징물은 88개가 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2015년 8월 광주시청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데 이어 세계 위안부의 날인 14일 5개 자치구에서 일제히 제막식이 열린다. 세계 위안부의 날은 1991년 8월 14일 고(故) 김학순(1997년 73세로 작고) 할머니가 최초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것을 기려 지정됐다.

올해 광주에서 제작된 소녀상들은 연약한 소녀 모습을 한 과거의 동상들과 달리 강인한 모습을 형상화한 게 특징이다.

이중 남구의 소녀상은 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니와 소녀의 모습을 함께 형상화함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여전히 공존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인 이이남 작가가 이옥선(87·충북 보은 거주) 할머니를 모델로 삼아 위안부라는 역사적 아픔을 표현했다. 이 작가는 "현재의 할머니 모습과 16살 당시 소녀의 모습을 통해 일제강점기와 현재가 결코 단절될 수 없는 현실임을 느끼도록 했다"고 말했다.

최재덕 작가가 제작한 북구 소녀상은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공중을 향해 뻗은 오른손에는 영혼의 자유를 상징하는 새가 앉아있다. 움켜쥔 손 모양에는 부활을 뜻하는 ‘광주 정신’을 담았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정달성 광주 북구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장은 “가녀린 소녀의 모습보다 강인한 의지를 지닌 소녀상을 표현코자 했다”고 말했다.

14일 광주광역시 서구청 광장에서 제막될 평화의 소녀상. [사진 광주 서구]

14일 광주광역시 서구청 광장에서 제막될 평화의 소녀상. [사진 광주 서구]

서구 소녀상은 고근호 작가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졌다. 펜과 종이를 쥐고 진실을 기록하는 소녀상의 어깨와 손등 부위에는 소생의 의미가 담긴 나비떼도 배치했다. 동구와 광산구 소녀상은 광주미술협회장인 나상옥 작가가 제작했다. 나 작가는 “기존의 소녀상들과는 조금 다르게 서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광복절인 15일에는 서울 도봉구·금천구를 비롯해 경기 용인, 충남 홍성, 경북 안동, 전북 익산 등 6곳에서 소녀상이 새로 공개된다.

14일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에 들어설 평화의 소녀상.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와 소녀의 모습을 함께 형상화함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음을 표현했다. [사진 이이남 작가]

14일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에 들어설 평화의 소녀상.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와 소녀의 모습을 함께 형상화함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음을 표현했다. [사진 이이남 작가]

서울의 경우 이번 광복절에만 2개의 소녀상이 추가로 제막된다. 2015년 박근혜 정부의 '12·28 위안부 합의' 이후 1년 8개월 만에 6곳이 추가되면서 총 11개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경기 용인에서는 15일 용인시청 광장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린다. 용인에 소녀상이 건립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인 평화의 소녀상 건립 시민추진위원회’는 시민성금 5000만원으로 만든 소녀상을 시청 광장에 세운다.

용인시는 소녀상 건립과는 별도로 시청 지하 1층에 150㎡ 규모의 교육관을 만들어 학생들이 위안부 관련 역사도 배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다시는 이런 슬프고 고통스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살아 있는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하고자 시청광장에 소녀상 건립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15일 충남 홍성군 홍성읍 홍주성에 세워질 평화의 소녀상. [사진 홍성군]

15일 충남 홍성군 홍성읍 홍주성에 세워질 평화의 소녀상. [사진 홍성군]

구한말 항일 의병활동이 펼쳐졌던 충남 홍성군에도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다. 홍성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는 15일 홍성군 홍주성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갖는다. 홍주성은 1905년 을사조약에 반발한 의병대장 민종식 등이 의병을 일으켜 일본군을 격퇴한 곳이다.

추진위는 지난해 10월 창립 후 4000여만 원의 성금을 모금해 홍주성 안에 소녀상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추진위 등이 신청한 홍주성 내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불허했다. 홍주성의 역사성과 평화의 소녀상 간 직접적인 관계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홍주성은 사적 제231호로 지정돼 있어 문화재보호법(제35조)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공사는 사전에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추진위는 홍성읍 대교리 대교공원 등을 후보지로 검토했으나 결국 홍주성 인근으로 결정했다.

광복절인 15일에 세워질 안동 평화의 소녀상. [사진 안동 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광복절인 15일에 세워질 안동 평화의 소녀상. [사진 안동 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경북 안동에서도 15일 웅부공원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연다. 높이 135㎝인 소녀상 건립에는 안동시민 1773명이 낸 성금 5572만원이 투입됐다.

안동 소녀상은 돌 위에 한복을 입은 소녀가 걸터앉은 모습을 하고 있다. 대리석과 화강암으로 만든 바닥 부분을 제외하곤 바위와 소녀상 전체가 동으로 제작됐다. 추진위 측은 "거리홍보 등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안동 미술인들도 소녀상 제작에 재능기부 형태로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양노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처장은 "단순히 평화의 소녀상이나 평화비의 숫자가 늘어난다는 것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전 국민들이 공감하려 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계속되는 소녀상 설치 움직임에 대해 외교루트를 통해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기 쉬운 움직임을 자제해줄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12일 인천과 서울 용산역 앞에 세워진 징용자상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아사히 신문은 "위안부 문제를 상징하는 '소녀상'에 이어 (징용자상이 세워진 것은) 한일 관계를 긴장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광주광역시·용인·홍성·안동=최경호·전익진·김방현·김윤호 기자, 도쿄=윤설영 특파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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