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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보신탕집 앞에서 외치다 “보신탕 대신 복숭아 드세요”

중앙일보

입력

1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보신탕 골목에서 동물자유연대와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가 '고통 없는 복날 캠페인'을 벌였다. 이현 기자

1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보신탕 골목에서 동물자유연대와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가 '고통 없는 복날 캠페인'을 벌였다. 이현 기자

말복인 11일 정오, 서울 서초동의 한 보신탕집 앞이 소란스러웠다.

"고통 없는 복날 캠페인 중입니다."
"보신탕 대신 복숭아 드세요."

30여 명이 큰 글씨로 '고통 없는 복날'이라 쓰인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구호를 외쳤다. 그 모습을 본 보신탕집 주인은 격앙된 목소리로 "전직 대통령도 오던 집"이라 말하며 가게 앞에서 호스로 물을 뿌렸다. 피켓을 든 사람들과 5분 넘게 실랑이를 벌이다 가게로 들어간 보신탕집 주인이 잠시 후 가게 창문을 열고 이렇게 외쳤다. '"봐라. 손님이 꽉 차 있다. 약오르나?"

보신탕집 주인이 가게 앞에서 개식용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 동물 보호 활동가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이현 기자

보신탕집 주인이 가게 앞에서 개식용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 동물 보호 활동가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이현 기자

11일 서울 서초구의 유명 보신탕집은 보신탕과 삼계탕을 먹으러 온 손님으로 붐볐다. 이현 기자

11일 서울 서초구의 유명 보신탕집은 보신탕과 삼계탕을 먹으러 온 손님으로 붐볐다. 이현 기자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대표 임순례)는 이날 유명 보신탕집 두 곳이 영업 중인 서초동 골목에서 '고통 없는 복날 캠페인'을 진행했다. 개 식용을 반대하는 행사였다. 이들 단체는 "복날에 고기와 보신탕을 먹는 것은 육류 섭취가 지극히 제한적이던 시대의 풍습"이라며 "지나친 육류소비가 오히려 건강을 위협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제철 과일 등 건강한 복달임으로 더위를 이겨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11일 동물보호 단체가 서울 서초구 유명 보신탕집 앞에서 개식용 반대 캠페인 벌였다. 이현 기자

11일 동물보호 단체가 서울 서초구 유명 보신탕집 앞에서 개식용 반대 캠페인 벌였다. 이현 기자

또 "보신탕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동물 보호법은 물론 폐기물관리법, 식품위생법,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 여러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법을 준수하고 집행해야 할 법조인 일부가 아직도 복날 보신탕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행사 현장에는 '판사님, 검사님! 아직도 개를 먹는다는 게 실화입니까?'라는 피켓도 등장했다. 카라 오순애 이사는 "법조인과 정치인이 다수가 다른 먹거리도 많은데 굳이 보신탕을 먹고 있다. 수십 년째 장사를 하는 보신탕집 주인은 화를 낼 수 있지만, 이를 소비하는 사회지도층부터 인식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행사를 진행한 활동가들은 "복날에 보신탕을 먹는 것은 육류협취가 제한적이던 시대의 풍습"이라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제철 과일인 복숭아를 나눠줬다.이현 기자

행사를 진행한 활동가들은 "복날에 보신탕을 먹는 것은 육류협취가 제한적이던 시대의 풍습"이라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제철 과일인 복숭아를 나눠줬다.이현 기자

캠페인에 참여한 활동가들은 보신탕집 앞을 지나는 행인들에게 채식 버거와 제철 과일인 복숭아를 각각 300개씩 나눠줬다.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 유모(47)씨는 "아이들이 집에서 개를 키우는데 아빠가 밖에서 개를 먹는다고 하면 좀 이상하지 않으냐. 보신탕은 먹지 않는다"며 복숭아를 받았다. 보신탕집을 찾아온 손님들은 불편한 기색이었다. 가게에서 보신탕을 포장해 나온 손님은 행사 참가자들을 향해 "소, 돼지나 먹지마라"고 소리쳤다. 보신탕 가게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온 한 중년 남성은 기자가 말을 걸자 "보신탕 말고 삼계탕을 먹었다"고 말하며 잰걸음으로 골목 밖으로 사라졌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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