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화염과 분노” 뒤 골프장으로 … 참모들 메시지 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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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의 동북아 ③ 미국의 공격 시나리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미국의 핵무기는 역대 최강” 등의 발언을 쏟아내 한반도를 충격에 빠뜨린 후 침묵했다. 대신 국무·국방장관을 포함해 참모들이 트럼프 대통령 발언 수습에 나섰지만 미 행정부 내 대북 시각차와 분열만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무·국방·백악관 해석 제각각 #NYT “강경파와 반대파로 분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성명서를 통해 “북한은 정권의 종말과 국민을 파멸로 이끌 어떠한 도발 고려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배스천 고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도 폭스뉴스에 출연해 “미국은 단순히 수퍼파워가 아닌 ‘하이퍼파워(초강대국)’”라며 “북한뿐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재래식, 핵전력, 특수부대든 우리 군사력에 근접한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양에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을 시험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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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9일 동남아 순방에서 귀국 도중 기내에서 “(북한에 의한) 임박한 위협은 없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외교적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말해 북·미 간 ‘말 전쟁’을 진화하려고 애썼다.

뉴욕타임스(NYT)는 국무-국방-백악관의 시각차를 놓고 트럼프 행정부가 매티스 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대북 강경파와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 반대파로 분열돼 있다고 보도했다. 배넌은 맥매스터 등을 ‘전쟁당(war party)’으로 비판하며 북한을 미·중 분쟁의 부분집합으로 다뤄야지 전적으로 치중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표현은 즉흥 발언이며 존 켈리 비서실장을 포함한 백악관 참모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고 비판했다. 발언 당시 트럼프 앞에 놓인 종이 한 장엔 당초 예정된 회의 내용인 미국 내 아편 확산 현황만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국가안보팀은 대통령 대북 발언 수위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고 메시지 강도도 논의를 거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휴가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를 친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됐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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