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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에 첫 주민등록번호 변경 허용 사례 나왔다, 범죄 피해자 등에 기회

중앙일보

입력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한 주민등록변경 허용 결정이 나왓다. 정부는 지난 5월 30일부터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있게 했다. 주민번호를 바꿀 경우 기존 13자리 번호 가운데 생년월일과 성별 표시 숫자를 뺀 나머지 부분 6자리를 수정하게 된다. [중앙포토]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한 주민등록변경 허용 결정이 나왓다. 정부는 지난 5월 30일부터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있게 했다. 주민번호를 바꿀 경우 기존 13자리 번호 가운데 생년월일과 성별 표시 숫자를 뺀 나머지 부분 6자리를 수정하게 된다. [중앙포토]

A 씨는 국내 한 포털사이트를 이용하다 금융감독원 팝업창이 뜨자 접속했다. 안내에 따라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예금 계좌번호, 비밀번호, 보안카드 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력했다. 하지만 해당 팝업창은 금감원 홈페이지가 아니라 인터넷 사기(파밍)범이 만들어놓은 가짜였다. A 씨는 300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본 뒤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신청했다. 정부는 A 씨의 주민등록번호를 바꿔줬다.

행정안전부 결정…1968년 주민번호 부여 이후 처음 #16건 신청자 가운데 피해 구체적이고 지속 가능성 큰 9건 인용 #보이스피싱, 명의도용, 가정폭력 피해자들에 변경 허용

주민등록번호 유출이나 가정폭력 등으로 피해를 본 사람에게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허용하는 결정이 처음으로 내려졌다. 1968년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등록번호가 처음 부여된 이후 이런 사유로 변경이 허용되기는 50년 만에 처음이다.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지난 5월 30일부터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있다. [중앙포토]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지난 5월 30일부터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있다. [중앙포토]

행정안전부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위원회)는 8일 제3차 정기회의를 열어 16건의 주민등록번호 변경신청을 심사해 이 중 9건에 대해 인용결정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인용된 변경신청 사유로는 음성 피싱(파밍 포함) 피해 4건, 명의도용에 따른 피해 3건, 가정폭력 피해가 2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주민등록번호 변경 절차

주민등록번호 변경 절차

피해 사례 가운데 B 씨는 21년간 사실혼 관계의 남편에게서 상습 폭행을 당해 딸과 함께 숨어 지냈다. 하지만 남편이 계속 추적해 오며 괴롭히자 변경 신청을 했다. 이와 함께 C씨는 휴대폰을 대신 개통해 주겠다는 학원 교사에게 주민등록번호 등을 알려줬다. 이 학원 교사는 C 씨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활용해 불법대출을 하고 휴대폰을 개통한 뒤 잠적했다. 이 때문에 C 씨는 1000여만 원의 피해를 봤다. C 씨는 정부에 주민등록번호 변경신청을 해서 이번에 허락을 받았다.

하지만 위원회는 구체적 피해 사례가 없고 막연히 피해를 우려해서 변경을 신청한 7건은 기각결정을 내렸다.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 심사지원과 구상 과장은 “피해 사례가 구체적이고 계속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는 최대한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인용 결정을 내린 신청인의 거주 지자체에 결정 사실을 알릴 예정이다. 해당 지자체는 이를 통보받는 대로 기존 주민등록번호에서 생년월일과 성별 표시 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수정해 새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한다. 주민등록번호가 바뀌면 복지, 세금, 건강보험 등과 관련된 행정기관에 자동으로 통보된다.

지난 5월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 출범식이 열렸다. 당시 홍준형(왼쪽 다섯번째)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중앙포토]

지난 5월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 출범식이 열렸다. 당시 홍준형(왼쪽 다섯번째)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중앙포토]

홍준형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결정으로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피해를 본 국민의 불안감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더욱 신속하고 공정하게 심사·의결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 5월 30일부터 주민등록번호 변경제도를 시행해왔다. 이후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돼 생명·신체·재산의 피해를 봤거나 피해 우려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주민등록번호 변경신청을 받아왔다.

주민등록번호 변경제도가 시행되기 전에는 가족관계등록사항의 변동(출생 일자·성별 등)이나 번호 오류가 있을 경우에 한해 주민등록번호 정정이 가능했다. 변동이나 오류로 인해 주민등록번호가 정정된 경우는 2014년 9361건, 2015년 8782건에 달한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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