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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콩팥 망가지면 평생 골골 … 감기약도 조심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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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박정탁 교수의 건강 비타민

세브란스병원 6층에서 40대 말기 만성 콩팥병 환자가 투석을 받고 있다. 당뇨병·비만에 주의하고, 성분을 잘 모르는 외국산 다이어트 식품 등을 함부로 사먹지 않아야 콩팥병을 예방할 수 있다. [조문규 기자]

세브란스병원 6층에서 40대 말기 만성 콩팥병 환자가 투석을 받고 있다. 당뇨병·비만에 주의하고, 성분을 잘 모르는 외국산 다이어트 식품 등을 함부로 사먹지 않아야 콩팥병을 예방할 수 있다. [조문규 기자]

콩팥(신장)은 우리 몸에서 필터나 다름없다. 혈액 속 노폐물을 소변으로 배출하고 체내 수분을 유지한다. 또 혈압, 전해질 농도를 조절한다. 콩팥은 미세한 혈관 덩어리인 사구체, 이를 감싼 보우만주머니, 물·영양소를 재흡수하는 세뇨관으로 이뤄져 있다. 이 세 요소가 하루 평균 200L의 혈액을 처리한다.

100세 시대 건강 복병, 만성 콩팥병 #성인 7명 중 1명꼴 … 비만·흡연 탓 #일부 다이어트 식품에 위험 성분 #검증 안 된 야생버섯·약초도 화근

세 요소는 나이가 들수록 서서히 감소한다. 태어날 때는 약 100만 개다. 30세에 50만 개, 60세에 25만 개로 감소한다. 사구체 등이 감소한다고 해도 콩팥 기능이 비례해 줄지는 않는다. 60세의 콩팥은 기능이 30세의 75% 이상으로 유지된다. 남은 콩팥이 열심히 일해 보완하기 때문이다.

평균 수명이 짧던 시기에는 콩팥 요소가 4분의 1로 줄어도 별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100세를 바라보는 지금은 콩팥 걱정을 안 할 수 없다. 2009년 대한의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국내 7개 도시에 거주하는 35세 이상 성인 2356명 중 만성 콩팥병을 앓는 사람이 13.7%였다. 7명 중 1명꼴이다. 만성 콩팥병은 사구체 여과율(분당 사구체가 혈액을 거르는 비율)이 60ml 미만이거나 콩팥의 구조적·기능적 손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될 때 진단한다. 한번 발생하면 치료가 까다롭고 회복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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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 막는 게 최선

노화,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 외에 위험 요인이 몇 개만 더해져도 만성 콩팥병이 말기로 진행될 수 있다. 그러면 신장 투석이나 신장 이식을 받아야 한다. 종전에는 만성 콩팥병 예방에서 만성질환 관리만 강조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소한 요인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첫째로 비만이다. 비만은 사구체의 ‘과다 여과’를 초래한다. 사구체가 일을 너무 많이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조직이 죽기 시작한다. 이런 손상이 반복되면서 만성 콩팥병 위험이 커진다.

키 1m78㎝에 체중 106㎏의 안모(34·전남 여수시)씨는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33.4로 고도비만이었다. 젊은 나이지만 고혈압과 만성 콩팥병을 앓았다. 사구체 여과율이 52ml로 성인 평균(120~130ml)의 절반이 안 됐다. 소변 속에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단백뇨도 관찰됐다. 그 후 약물 치료를 하면서 체중을 88㎏까지 줄이자 단백뇨와 사구체 여과율이 서서히 개선됐다.

미국신장학회지(2006년)에 발표된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논문에 따르면 BMI가 30 이상인 비만 남성과 35 이상인 고도비만 여성은 다른 사람보다 평생 만성 콩팥병에 걸릴 위험이 3~4배 높았다. BMI와 별개로 심한 복부 비만이 만성 콩팥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도 있다.

둘째로 흡연이다. 흡연은 염증 반응과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키고 피떡(혈전)을 만들어 만성 콩팥병을 유발한다. 하루에 피우는 담배가 5개비 늘 때마다 혈청 크레아티닌 농도는 0.3mg/dL씩 증가한다. 크레아티닌은 근육 속에 ‘크레아틴’이라는 물질이 대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데 콩팥에서 걸러져 소변으로 배출된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혈액 속 크레아티닌이 소변으로 잘 배출되지 않아 혈청 크레아티닌 농도가 증가한다.

셋째로 음식이다. 김모(55·서울 마포구)씨는 평소 건강검진에서 사구체 여과율이 80ml로 나쁘지 않았다. 어느 날 피로가 심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는데 이 수치가 25ml까지 떨어져 있었다. 콩팥조직을 검사한 결과 급성 콩팥병인 ‘세뇨관 간질성 신염’이었다. 원인은 그가 넉 달째 먹는 환약 형태의 건강보조식품이었다. 건강보조식품을 끊고 치료를 받은 결과 사구체 여과율이 46ml까지 올랐다. 하지만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지 미지수다.

고단백질 식품, 단백질 보충제 주의해야

건강기능식품이 모두 해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는 콩팥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됐다. 다이어트식품에 든 ‘아리스톨로킨산’의 경우 유럽에서 수백 명에게 콩팥 손상을 일으켰고 일부 환자는 사망하기까지 했다. 국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성분이지만 해외에서 다이어트·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하는 경우 성분을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일부 독버섯과 검증이 안 된 약초 역시 심각한 콩팥 독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섭취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감기약·진통제 등 일반의약품도 위험할 수 있다. 고혈압·당뇨병 환자인 강모(75·부산시)씨는 당뇨병으로 콩팥이 망가지는 ‘당뇨병성 신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잘 받아 혈압·혈당, 콩팥 기능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1.5mg/dL이던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가 4.55mg/dL로 높아졌다.

진단 결과 강씨는 약물로 인한 ‘급성 간질성 신염’이었다. 그는 “한 달 전 감기가 심해 감기약과 소염진통제를 자주 복용했다”고 말했다. 건강한 사람이 이런 일반 약을 먹고 콩팥이 나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미 콩팥이 망가진 만성 콩팥병 환자는 이런 약도 콩팥에 ‘독’으로 돌변한다.

이 밖에도 수면무호흡증·치주염·심박 수 등 콩팥과 별다른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요인도 만성 콩팥병의 위험을 키운다. 일본에서 20~84세 성인 6759명을 심박수에 따라 4단계로 나눠 분석했더니 중년 이상은 심박수가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만성 콩팥병 위험이 1.1배, 단백뇨 위험은 1.2배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콩팥을 손상시키는 요인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나이가 들면 콩팥의 기능이 떨어지지만 제대로 관리하면 수명이 다할 때까지 쓸 수 있다. 우선 당뇨병·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 걸리더라도 잘 관리해야 한다.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야생 버섯이나 약초, 민간요법 등은 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단백뇨가 있는 만성 콩팥병 환자는 단백질이 콩팥 혈관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고단백질 식품이나 단백질 보충제를 과도하게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투석 환자는 단백질 늘리고 만성 콩팥병 환자는 줄여야

콩팥의 사구체에는 지름 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정도의 작은 구멍이 여럿 있다. 혈액 속 단백질은 혈액이 사구체로 가더라도 구멍 밖으론 나가지 않는다. 단백질이 구멍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이게 정상이다. 그런데 콩팥이 손상되면 사구체 구멍이 커져 단백질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이른바 ‘단백뇨’다. 이 과정에서 콩팥(사구체·세뇨관)까지 망가진다. 만성 콩팥병 환자가 단백질을 과하게 먹으면 콩팥이 손상되고 몸 안에 독이 쌓인다.

만성 콩팥병 환자는 체중 1㎏당 0.6~0.8g(보통 성인은 1g)의 단백질만 먹어야 한다. 신장투석 환자(말기 만성 콩팥병)는 반대다. 1.2g을 섭취해야 한다. 사구체가 이미 망가져 단백질이 다 빠져나가기 때문에 부족분을 채우는 게 우선이다.

◆박정탁 교수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의대 교수, 대한신장학회 대외협력 간사, 대한신장학회 홍보위원

박정탁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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