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는] 경전철 地自體 부담액 너무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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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소위 '2호선 대학'과 '관광버스 대학'이란 말이 있다. 세칭 일류대학은 지하철 2호선 주변에 있는 반면 그들의 분교들은 서울에서 버스를 두시간씩 타고 통학해야 함을 지방학생들이 자조적(自嘲的)으로 풍자해 하는 말이다.

서울의 사당.교대.강남역 근처에 가면 학교 버스나 임대 관광버스를 타고 지방으로 가는 대학생들의 긴 행렬을 볼 수 있다. 만약 철도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다면 그들이 부담하는 사회 경제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경전철 건설은 무엇보다 수도권 집중현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수도권에서 인구를 밀어내는 '밀어내기(pushing)' 요인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비수도권에서의 '끌어오기(pulling)' 요인도 생각해야 한다.

만약 한적한 수도권 주변에서 생활하며 언제든지 서울로 들어와 정보도 얻고 사람도 만나고 사업도 할 수 있다면 서울을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포화상태의 수도권을 발전시키는 새로운 접근으로 대중적 이용이 가능한 도시철도와 경전철 건설이 필요하다.

그러나 경전철 건설에 원론적으로 동의하고 매우 중요한 사업임을 인정하면서도 현재의 접근방식에는 몇 가지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첫째, 수도권 도시계획 수립 때 경전철 건설도 미리 포함돼야 했다는 점이다. 도로에 비해 철도가 훨씬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역대 정부는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도로 건설을 우선해왔다. 이제서야 수도권의 전철을 연장해 인근 도시들을 연결하려 하니 당연히 높은 토지매입비가 부담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는 다시 이 같은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도로나 전철 관리주체를 보면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사람은 같은 차량을 타고 가지만 지역 경계를 넘으면서 관리주체와 비용부담도 각각 달라진다. 도로는 고속도.국도.지방도에 따라, 전철은 국가관리 구간, 서울시.인천.경기도 관리구간 등으로 복잡하게 나뉜다.

수도권 도시철도 사업은 광역철도냐 도시철도냐의 구분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이 두배의 차이가 있다. 도시철도로 규정되면 국가가 50%를 보조하고 지자체가 50%를 부담하도록 한다.

2개 이상의 시.도에 걸쳐 운행되는 전철의 경우는 광역철도로 규정되고, 이때는 국고 75%, 지방비 25%가 된다. 경전철의 경우는 전액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추진 중인 중앙선.경원선.경의선 등 5개 노선의 철도사업은 국비로 건설하지 않고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두개 이상의 시.도에 걸쳐 운행되는 철도사업으로 규정해 지자체가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고 있다.

지하철 7호선의 연장사업인 '온수~부평' 구간 9.8㎞는 서울.인천.부천시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부천시 입장에선 3천억원이 넘는 분담금 확보에 고민이 크다.

이러한 사태는 향후 지하철 8호선(암사~퇴계원), 9호선(김포공항~고양대곡)의 연장 건설 때도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전철 사업들도 국비 지원이 부족해 적기에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가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하남시를 제외한 의정부.용인시 경전철의 경우 국비 지원 규모의 미확정으로 민간사업자와의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약속하는 참여정부의 매우 중요한 과제다.'길이 아니면 가지 마라'는 선현의 말씀이 있지만, 길은 인간이 만든다. 정부는 보다 확실한 의지와 투자계획 그리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