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기영 본부장은 제2의 탁현민?…참여연대 등 "적폐청산 배치" 사퇴 요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황우석 사태’의 핵심 인사인 박기영 순천대 교수가 7일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된 것을 두고 각계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양상이다. 여권에선 여권에서는 '제2의 탁현민' 사태로 비화될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박 본부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역임하면서 황 교수의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연구지원을 이끌어내는 등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국가의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예산 심의·조정 등의 권한이 주어지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을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5년 5월 25일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당시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보자관ㆍ왼쪽)과 황우석 전 대학교수. [연합뉴스]

지난 2005년 5월 25일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당시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보자관ㆍ왼쪽)과 황우석 전 대학교수. [연합뉴스]

민주노총 산하 공공연구노조는 8일 ‘한국 과학기술의 부고(訃告)를 띄운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청와대에 박 본부장의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박 교수는 황우석 사태를 불러일으킨 핵심 인물로, 온 나라를 미망에 빠뜨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눈과 귀를 멀게 한 장본인”이라며 “개혁의 대상을 개혁의 주체에 임명했다. 한국사회 과학공동체에 대한 모욕이며 과학기술체제 개혁의 포기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 시민단체들 연이어 반발 #정의당도 "스스로 과학자들 앞에 설 수 있는가" 물어 #여당에선 공개 언급 없지만 당황 분위기

참여연대와 건강과대안·녹색연합·보건의료단체연합·시민과학센터 등 9개 단체도 공동 성명서를 통해 “이번 인사는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역사에 남을만한 과학 사기 사건에 책임이 있는 인물을 과학기술정책의 핵심 자리에 임명한 것은 촛불민심이 요구한 적폐세력 청산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3월 29일오후 청와대에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오명 과학기술부장관,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과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중앙포토]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3월 29일오후 청와대에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오명 과학기술부장관,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과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의당도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최석 대변인은 박 본부장에게 “과연 양심과 윤리를 지키고자 하는 과학자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바란다”고까지 말했다. 정의당이 차관급 이상에서 사퇴 요구를 한 건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세 번째다.

야권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고 비판했다. 양순필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문재인 정부가 박기영 본부장을 중용해 황우석 교수에게 면죄부라도 줄 셈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바른정당도 “부적격 인사”라고 비판했다.

‘탁현민 논란’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여권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쌓여가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당의 한 관계자는 “황우석 사태 당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의 ‘눈과 귀’인 민정수석으로 근무했음에도 박 본부장을 재등용한 것에 대해 당내에서 당황하는 분위기”라며 “탁현민 행정관 이후 다시 ‘인사불통’ 논란이 재개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양순필 부대변인도 “박기영 본부장이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이고 문 캠프에서 정책 자문을 했다는 이유로 정부 요직에 다시 임명된 것이라면 결코 바람직한 인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첫 출근한 박 본부장은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뒤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층 기자실에 들러 출입기자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박 본부장은 그러나 “나중에 설명드리겠다”며 5분 만에 자리를 떴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