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요타 승승장구 "이젠 환경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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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일본 자동차 메이커 도요타가 내년부터 렉서스(Lexus) 모델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하이브리드(가솔린+전기) 자동차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이 강조될 차세대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21일부터 일본 도요타 본사에서 열리고 있는 '도요타 전략 설명회'에서 도요타는 이같이 밝히고 이를 위해 2004년을 '친환경 자동차 시대 원년'으로 정했다.

도요타는 지난해 매출 15조5천억엔, 영업이익 1조2천7백억엔 등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대부분 자동차회사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도요타의 우치야마다 다케시 기술총책임자와 아라이 마사유키 아시아 총괄책임자로부터 도요타의 성공 비결과 미래 비전을 들어봤다.

-일본 경기의 장기 침체, 자동차 시장의 포화상태에도 불구하고 도요타가 계속 고성장을 하는 비결은.

우치야마다="도요타의 성공비결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남보다 앞선 기술과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는 고객 경영, 회사가 잘 되면 근로자도 행복하다는 노사 공존이다."

-차세대 자동차 시장에서 도요타가 지닌 경쟁력은.

우치야마다="21세기 자동차 시장의 키워드는 환경이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가솔린과 전기가 혼합된 하이브리드차를 양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도요타는 1997년 프리우스라는 친환경 자동차를 처음으로 상품화했다. 그동안 21개국에서 12만대가 팔린 프리우스는 세계 친환경 차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고 자부한다."

-도요타의 친환경 자동차 시장 전략은.

우치야마다="프리우스가 첫 상품화 모델이라면 2004년 미국 시장에 출시할 모델은 첫 대중화 모델이다. 이 모델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는 렉서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대중화에 자신이 있다."

-기술개발 전략은?

우치야마다="도요타는 창업 때부터 세계 최초의 기술을 스스로 개발한다는 문화를 지녀왔다. 이를 위해서는 그만큼 돈을 들여야 한다. 또 노사 모두 연구개발투자를 미래 생존 전략의 하나로 느껴야 한다. 노조는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에도 불구하고 올해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했다. 친환경 차 개발 등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고객 경영과 노사 공존 전략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아라이="지난 50여년간 도요타에선 노사분규가 없었다. 50년대 노조의 대규모 파업으로 회사가 무너질 위기에 몰리면서 '노사가 조금씩 양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도요타 노사 간에 많은 이견이 있지만 노조는 고객을 위해 파업을 하지 않았다. 회사도 장기고용으로 노조를 설득했다."

-현대차가 최근 렉서스처럼 글로벌 고급 브랜드 제품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는데.

우치야마다="한국 자동차회사들의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도요타도 경쟁업체로 느낄 정도로 급성장했다. 다만 고질적인 노사 분규와 핵심 기술 부재 등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한국에선 요즘 노조의 경영권 참여가 핫 이슈인데.

아라이="최근 한국 자동차 업체들의 노조가 '신차 개발 노사 합의' 등 경영권과 밀접한 단체협상 조항을 요구하고 있다고 들었다. 신차 개발은 회사 극비사항이자 핵심 경쟁력이며, 경영진의 고유권한이다. 도요타 노조는 경영권과 관련된 요구를 하지 않는다."

-주5일 근무제도 한국의 주요 현안이다. 도요타는 언제 어떻게 했나.

아라이=도요타는 주5일 근무제를 73년 4월에 시작했다. 회사는 근로자를 재충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 노조는 생산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았다. 생산성 향상이 없는 주5일 근무제는 경제를 위축시킬 뿐이다."

-한국의 수입차 시장에서 렉서스 판매가 크게 늘고 있는데.

아라이=한국은 아시아 전체에서 판매되는 렉서스의 35%를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시장이다. 앞으로 한국 내 출시 모델을 늘리고, 다양한 고객 행사를 열 예정이다."

도요타시=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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