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남자가 부럽지 않은 중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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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호 30면

[꽃중년 프로젝트 사전] ‘그리다’

“청년은 미래를 말하고, 중년은 현재를 말하고, 노인은 왕년을 말한다”는 말이 떠돈다. 이 논리로만 따지면 “나도 아직 청년”이라 주장할 중년이 많을 듯싶다. 그럼 한번 따져보자. 청년(靑年)을 풀어 보면 청춘기에 있는 젊은 사람으로 신체적·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성년 남자다. 비슷한 용어로서의 청춘(靑春)은 ‘만물(萬物)이 푸른 봄철’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젊은 나이를 뜻하거나 그 시절(時節)을 말한다. 사전적 정의로 우린 청년이나 청춘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청년답게 살아갈 수는 있다는 결론 도출은 가능하다. 그 시절을 그리워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추구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성숙하지 못한 젊음이 아니라, “신체적뿐만 아니라 정신적 성장이 무르익은 청년이기에 미래를 말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면, “나도 아직 청년”이라는 주장도 아주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엊그제 스포츠 기사를 보니, 구단이나 홍보 에이전시들이 선수의 소셜 미디어 언급이나 경기 도중 몸짓과 같은 자질구레한 정보까지 살펴 이들이 제대로 ‘돈값’을 할지 판단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2일 전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엄청난 비용을 받게 될 젊은 유망주가 입단 후 태도가 달라지지 않을지, 감당 못할 몸값에 도취하지는 않을지, 현지 생활에 잘 적응할지 등이야말로 구단들이 애타게 찾고 싶어하는 답이기 때문이다.

살펴보니 올 여름 이적 시장에서 주목받은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펜은 1998년 생으로 19세, 토리노 FC 이탈리아 출신 안드레아 벨로티는 93년생으로 24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인 벨기에 출신 로멜로 루카쿠도 안드레아와 동갑내기로 모두 청춘들이다. 거대한 몸값의 선수이지만 그러기에 걱정해야할 불안함도 많은 청춘들인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에이전시 전문가들과 구단 자문 혹은 국장을 역임했던 이들은 비싼 몸값의 청년에 대해 이렇게 성토한다.

“유망주를 발굴하는 일에 함께하는 모든 이들이 이제는 선수의 인성에 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구단들이 계약 전에 알고 싶어하는 것은 적절한 선수뿐만 아니라 바른 사람을 찾는 것이다. 이런 트렌드는 결코 진화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청년답게 살아가는 꽃중년이 젊은 남자 부럽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년에게서 느껴지는 여유와 젠틀함 그러한 성숙한 태도들이 매우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필자의 눈엔 그렇다. 그런 매력이 때론 젊은 여성들에게 성적 매력으로까지 느껴져 우리 중년에게 위험 요인으로까지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성숙한 중년에게는 청년들이 따라할 수 없는 그들만의 삶을 대하는 위대함까지 존재하는 듯싶다.

물론 모든 꽃중년이 그렇지는 않다. 갑질 논란을 비롯해 꼰대질로 미성숙한 행태를 보이는 중년들도 여전히 많다. 평판 관리를 위해 운동 중 몸짓과 표정 하나하나까지 살피는 프로 선수들처럼, 우리 중년들은 자신의 필드에서 어떤 모습으로 세월을 낚고 있을까. ‘유망주도 아니고 유명인도 아니니 그냥 살던 대로 살련다’하며 주변 평판은 무시하고 있지는 않을까. 중년만이 가질 수 있는 멋진 노하우를 그렇게 버려 두고 있다면, 아직도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소년(少年)으로 살아가며 자기 만족하는 중년에 불과하다면 곤란하지 않을까. 영원한 청년, 꽃중년을 응원한다.

허은아
(주)디 아이덴티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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