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속 독일 기자가 찍은 비디오 몰래 상영했던 文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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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운전사' 포스터(왼쪽)와 인권변호사 시절 문재인 대통령.

영화 '택시운전사' 포스터(왼쪽)와 인권변호사 시절 문재인 대통령.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를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 중 독일 기자 실제 주인공인 위르겐 힌츠페터는 독일 제1공영방송 일본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중 우연히 라디오를 통해 한국에서 벌어진 계엄령을 듣고 광주로 향했다.

그는 기자의 신분을 숨긴 채 택시를 타고 다니며 광주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고, 힌츠페터가 찍은 광주의 진실들은 허리띠, 과자 통에 숨겨져 독일로 옮겨졌다. 이후 그의 필름은 '기로에 선 대한민국'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독일은 물론 전 세계에 방송됐다.

이 다큐멘터리는 당시 독일 유학 중인 신부들의 번역을 통해 국내에 유입돼 대학가와 성당을 중심으로 암암리에 상영되며 '빨갱이에 의한 폭동'이 아닌 '무장한 군인에 의한 민간인 살해'라는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1987년 5월 부산 가톨릭 센터에서 해당 영상이 상영됐는데, 이를 주도한 사람이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다. 영상을 본 부산 시민들은 노무현 변호사와 문재인 변호사를 필두로 부산 거리에서 시위를 벌였고, 이는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사진 채널A 보도 화면 캡처]

[사진 채널A 보도 화면 캡처]

문 대통령은 지난해 힌츠페터의 묘역을 찾아 헌화한 바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가 80년대 내내 이거(힌츠페터 다큐멘터리) 틀어본 거 아냐. 이거 틀어본 게 그 시기의 민주화운동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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