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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읽는 영화] 영화 '군함도'와 소설 『군함도』

중앙일보

입력

영화 '군함도'의 장면[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군함도'의 장면[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일본 나가사키(長崎) 남쪽 해상에는 하시마(瑞島)라는 인공 섬이 있다. 해저 1000m에 이르는 석탄 수직갱과 일본 최초의 철근 콘크리트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이 섬은 일본 근대화의 거점임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섬은 하시마 대신 ‘군함도’로 더 자주 불렸다. 섬 전체를 둘러싼 높은 방파제의 모습이 마치 군함처럼 보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 섬은 강제징용 되어 죽음 같은 노동을 이어간 조선인 노동자들에 의해 ‘지옥도’라 불렸다.
 최근 이 섬을 배경으로 한 류승완 감독의 영화 ‘군함도’가 화제다. 개봉 첫날에만 100만 관객이 들었다. 극장 스크린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경의선 열차의 운행시간표보다 영화 상영시간표가 더 촘촘하다는 웃기면서도 슬픈 이야기도 돌고 있다. 영화는 어린 딸과 함께 섬에 오게 된 악사 이강옥(황정민)의 생존기와 종로 깡패 최칠성(소지섭)과 오말년(이정현)의 애정선, 독립운동가 윤학철(이경영)을 구하기 위해 잠입한 광복군 소속 박무영(송중기)의 분투 등 개별적 서사들이 만나 군함도 탈출이라는 공동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머릿속에는 한수산 작가의 장편소설 『군함도』(2016)가 맴돌았다. 영화 ‘군함도’에 시각과 청각을 압도하는 웅장함이 있다면 소설 『군함도』에는 역사에 충실한 묘사들이 있다. 아울러 영화가 민족-민중을 교차시키며 주제의식을 단선적으로 획득하고 있다면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고난을 통해 자아의 지평을 넓혀가는 과정을 복합적으로 그려낸다. 강제징용이라는 비극적 사실에 함께 기원을 두고 있지만 소설과 영화는 이렇게 조금 다른 풍경으로 전개된다. 두 창작물 중 어느 것이 과거의 사실을 더 기계적으로 재현해냈느냐 하는 관점은 유용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잊혔던 과거의 재현과 복원을 통해 현재 독자-관객들의 삶과 인식에 얼마나 큰 화두를 제시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한수산 작가는 징용피해자들을 직접 만나오며 27년 만에 소설 『군함도』를 완성시켰다. 이 긴 시간의 끝에서 한수산 작가는 아래와 같은 말을 덧붙였다. “국가 혹은 역사가 뒤엉킨 거대한 불행, 끊임없는 불평등과 삶 그 자체를 뒤흔드는 압제 속에서도 인간은 살아가야 하는가. 이 소설의 소재는 그것을 저에게 물었고, 이 문제는 의문으로 남았습니다. 아닙니다. 인간은 이것을 감내하면서 살아서는 안 됩니다. 그렇기에 인간은 자신의 자유를 위한 싸움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박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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