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스분석] 미ㆍ중 전략적 충돌 속 점점 커지는 ‘8월 위기설’…한ㆍ미, 5월 말에 이어 또다시 미 항모 2척 한반도 인근 전개 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월 1일 미 해군의 칼빈슨함(가운데ㆍ제일 가까운 쪽)과 로널드 레이건함(제일 오른쪽)이 호위 함정들과 함께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미 태평양사령부]

지난 6월 1일 미 해군의 칼빈슨함(가운데ㆍ제일 가까운 쪽)과 로널드 레이건함(제일 오른쪽)이 호위 함정들과 함께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미 태평양사령부]

한·미 군 당국이 이달 중순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2척을 한반도 인근 해역에 전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군 소식통이 2일 전했다.

군 소식통은 “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에 이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커지자 이를 억제하는 무력시위 차원에서 21일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이전에 항모 2척을 전개하는 방안을 미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시 항모 2척이 동시 전개되는 것은 흔치 않다”고 덧붙였다.
UFG는 매년 가을 한국 정부와 한·미 군 당국이 참여하는 민·관·군 훈련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등 한반도 위기설이 제기됐던 지난 5월 31일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칼빈슨함(CVN 70)과 로널드 레이건(CVN 76)함이 만나 합동훈련을 진행한 적이 있다.

미 해군은 올해 니미츠(CVN 68)·칼빈슨·로널드 레이건함 등 항모 3척을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하는 전력으로 지정했다. 현재 니미츠함은 페르시아만에 배치됐고, 로널드 레이건함은 호주에서 호주 해군과의 연합훈련을 마치고 북상 중이다. 올해 한국을 두 차례 찾은 칼빈슨함은 모항인 미 샌디에이고에 계류 중이다. 현재로선 니미츠함과 로널드 레이건함의 전개가 유력하다.

칼빈슨함 갑판에서 F/A-18 전투기가 출격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칼빈슨함 갑판에서 F/A-18 전투기가 출격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로널드 레이건함은 일본 요코스카(橫須賀)를 모항으로 삼고 있다. 길이 333m, 배수량 10만2000t의 대형 항모다.  축구장 3개 넓이인 1800㎡의 갑판에 항공기 80여 대를 탑재하고 다닌다. 중소 국가의 공군력과 맞먹는 규모라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이런 항모 2척이 모이면 이지스 순양·구축함 10척 이상, 핵추진 잠수함 3척 이상과 동행하면서 전투기 160대 이상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100발 이상의 전력을 보유하게 된다.
 또한 미 태평양사령부는 위스컨신 주방위 공군 소속 176 전투비행대가 곧 한국에서 4개월간 순환근무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비행대는 지상군에 대한 화력지원(CAS) 전문이다. 미 공군은 지난달 캘리포니아주에서 B-52H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전단폭탄 투하 훈련을 실시했다. 전단폭탄 내부엔 6만 장의 심리전용 전단지가 들어간다. 당시 북한을 대상으로 한 훈련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군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하난도 8월 위기설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지난 4월 위기설과 같이 8월 위기설은 미약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북한은 지난 4월 미ㆍ중 정상회담(6~7일, 현지시간)  전후와 20일 등 두 차례 핵실험을 감행하려 했지만 중국의 만류로 무산됐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미 공군 B-52H 전략폭격기가 전단지 폭탄 투하를 통해 심리전용 전단을 뿌리는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미 공군 B-52H 전략폭격기가 전단지 폭탄 투하를 통해 심리전용 전단을 뿌리는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하지만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4월 위기설의 본질은 6차 핵실험을 둘러싼 북ㆍ미간 갈등"이라며 "8월 위기설은 북한의 ICBM 도발로 촉발된 미ㆍ중 대결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동북아연구실장은 “미국은 중국을 압박해 대북제재에 동참시키려 하지만 중국은 절대로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ㆍ중 공조에 균열이 생겨 지난 4월에서처럼 북한을 죄었던 고삐가 풀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4월 위기설의 원인인 핵실험보다 8월 위기설을 불러 온 ICBM에 대해 미국이 더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원식 전 합참 차장은 “핵실험은 미국에겐 불구경일 수 있지만,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은 중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8월 위기설 역시 4월 위기설처럼 허상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신 전 차장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하려면 먼저 한반도에 상당한 전력을 가져다 놓는데 아직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은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를 먼저 실시한 뒤 군사 옵션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