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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트럼프 ‘전쟁’ 발언에 “공식 라인 신뢰…한 마디 한 마디에 끌려다닐 수 없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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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전쟁을 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 상원의원을 통해 전달된 데 대해 2일 청와대는 “공식적 라인을 통해 나온 이야기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며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공화당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1일(현지시간) 미 NBC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북한 자체를 파괴하기 위한 군사적 선택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장거리 핵미사일을 개발하도록 내버려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동 언론발표를 마친 후 박수를 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동 언론발표를 마친 후 박수를 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며 “양국 정상이 통화를 할 기회가 있을테니 여러 가지 다양한 논의가 오갈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들어보면 여러분이 혼란스럽지 않느냐”며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이 다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런 뒤 “우리는 공식적인 라인을 통해 나온 이야기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며 “이전에 이미 언급했던 내용이긴 하지만 틸러슨 장관은 (북한과) 대화 의지를 갖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인터뷰와 같은 날에 국무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어느 시점에 북한과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기 때문에 한 마디 한 마디에 우리가 끌려다닐 수는 없는 것”이라며 “정부 대 정부 간 공식 채널을 통해 우리는 늘상 대화 중”이라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 위협과 도발의 엄중성에 대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으로 본다”며 한·미 양국은 정상 공동성명에서 분명히 밝힌 바와 같이 한반도 평화 기반 조성과 관련한 우리의 주도적 역할에 대해 공동의 입장을 분명히 견지하고 있고, 각급에서 북핵·북한 문제 관련 모든 사항에 대해 어느 때보다도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달성하기 위해 긴밀히 협의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레이엄 의원의 발언을 의회 내의 강경한 대북 기류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그레이엄 의원은 미 공화당 내에서도 가장 강경한 매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두 차례나 ICBM급 도발을 하면서 민주당, 공화당 할 것 없이 미 의회에서는 북한의 이런 위협을 그냥 둬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회가 앞장서고 행정부가 따라오도록 압박하는 분위기가 강한데, 그레이엄 의원의 발언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가 소식통은 “전쟁을 언급할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ICBM 위협을 중대하게 여긴다는 비유적 표현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불가측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동맹국인 우리조차 그 진의를 가늠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틸러슨 장관은 지난달 28일 북한의 화성-14형 발사 직후 낸 비판 성명에서도 “미국은 북한의 호전적 행동을 끝내는 것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정권 자체가 아닌 북한의 행동을 끝내는 것이 목표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최근 틸러슨 장관이 평화적 압박 작전(peaceful pressure campaign)이란 표현을 많이 쓴다”며 “이는 관여보다는 압박에 방점을 찍으려는 의도이며, 평화적 압박을 강조한 것은 군사적 옵션은 제외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유지혜·허진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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