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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사일 정국에서 與 의원들이 민통선을 13일간 걷는다는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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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동안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도보 횡단에 나선다. 같은 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물론 설훈·김병기·송옥주 의원 등 의원 20여 명이 중간중간 동참하고 환경·생태·경제·통일분야의 전문가와 기업인, 대학생, 시민단체 활동가 등 시민 100여명도 함께 참여한다.

이인영 의원, 하루 평균 24㎞씩 248㎞ 행진 #우원식 등 중진 의원 등 20여명 중간 동참 #"평화 갈망할수록 안보 튼튼해질 것" #야권에선 "북한 도발로 위중한 시기에 부적절" 지적도

이 의원은 “3일부터 15일까지 12박 13일간 강원 고성군 통일 전망대에서 출발해 경기 파주시 임진각으로 내려오는 ‘2017 통일 걷기’ 행사를 한다”고 1일 전했다. 민통선은 비무장지대(DMZ) 바깥 남방한계선을 기준으로 남쪽 5~10㎞ 밖에 있는 선으로, 여당 의원들은 민통선을 따라 하루 평균 24㎞씩 총 248㎞를 걷게 된다.

그동안 국회의원이 개인적으로 민통선을 찾은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단체로 민통선 횡단에 나선 건 처음이다. 이번 행사는 이 의원이 같은 당 김병기 의원과 송옥주 의원에게 제안해 지난 5월부터 국방부에 협조를 요청한 끝에 성사됐다고 한다. 이 의원은 “민통선은 한반도의 분단과 대결의 상징이자 누구나 쉽게 갈 수 없는 금단의 땅”이라며 “이곳을 안전과 평화의 땅, 생명과 살림의 터전으로 바꾸고 싶다고 생각해 행사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소식을 들은 민주당 의원들은 “의미있는 행사 같다”며 각자 일정에 따라 1박2일에서 3박4일까지 릴레이로 동참하겠다고 했다. 우원식 당 원내대표는 1박2일간 참석해 의원들을 격려하기로 했으며, 4선인 설훈 의원 등 당내 중진들도 함께 걸을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20여 명이 3일부터 12박13일 동안 통일전망대를 출발해 임진각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민통선 248㎞ 횡단에 나선다. [사진 이인영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의원 20여 명이 3일부터 12박13일 동안 통일전망대를 출발해 임진각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민통선 248㎞ 횡단에 나선다. [사진 이인영 의원실]

이 의원은 “민통선 도보행진은 시민단체 등 민간영역에서 꾸준히 진행해 왔는데 그간 안전을 이유로 선 북쪽이 아닌 아래 코스로 행진했다”며 “이번엔 국방부의 협조 아래 전체 구간 중 약 50~60% 정도를 민통선 안쪽으로 확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의 경우 민통선 안쪽으로 출입하려면 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는 “(북한의)핵과 미사일이 위협하는데 평화를 꿈꿔도 괜찮을까 생각도 해봤다. 그래서 더 걷고 싶었고 평화를 갈망할수록 우리 안보는 더 튼튼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행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의 한 의원은 “(행사)취지는 좋지만 굳이 이 시기에 해야 했었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최전방 군 장병을 찾아 위로하는게 낫지 않았겠나 싶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안보체제를 구축해야 할 시점인데 여당은 아직도 평화라는 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 측은 “시기를 이때로 잡은 건 의원들이 대부분 휴가 중이어서 의정 활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기간이어서”라며 “사전에 기획한 대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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