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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LCC 시장, 신규 진입 놓고 ‘영토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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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국내 항공사들이 일제히 새로운 저비용항공사(LCC)의 시장 진입을 견제하고 나섰다. 국내 LCC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존 항공사들이 경쟁을 막아 ‘밥그릇’을 지키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2개 업체 신규 면허 신청하자 #제주항공 등 기존 업체 ‘반대’ 의견 #“한국 업체는 저비용 아닌 중비용 #소비자·업계 위해 건전 경쟁 필요”

업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서울 등 6개 LCC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2개 대형항공사는 최근 신규 운항면허를 신청한 에어로케이(Aero K)와 플라이양양 2개 LCC에 대한 의견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이들은 ▶안전 문제 ▶조종사 수급 문제 ▶과당경쟁 우려 ▶신규사 자금 문제 등을 이유로 “신규 LCC의 시장 진입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업계 전체가 ‘새내기’의 등장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은 처음 있는 사례다.

그러나 조종사 출신인 정윤식 경운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LCC는 진정한 LCC가 아니다. MCC(Middle Cost Carrier) 정도로 불러야 맞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나 항공사 입장에서나 건전한 경쟁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항공권 가격비교 사이트로 성수기 주말인 8월 12일 출발해 3일 뒤 돌아오는 김포~제주 왕복 항공권을 검색해 보니 LCC인 제주항공이 19만8000원, 에어부산이 19만7650원으로,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 18만4400원, 아시아나 18만3400원보다 오히려 비쌌다. 가장 싼 티웨이항공도 18만2200원으로 1000원 정도밖에 싸지 않았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지난해 1월부터 올 2월까지 조사한 결과 인천에서 일본 나리타까지 평균 운임(편도)은 국내 대형항공사가 25만3814원, 국내 LCC가 25만3768원으로 차이가 없었다.

국내 LCC들은 운임이 낮지 않은데도 저조한 수익성에 허덕이고 있다.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에어부산 8.1%, 제주항공 7.8%, 진에어 7.3% 등으로 해외 LCC인 에어아시아(말레이시아·29.3%), 라이언에어(아일랜드·22.3%), 사우스웨스트(미국·18.4%) 등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전문가들은 고비용·저수익 구조인 국내 LCC들의 ‘운영방식’의 문제점을 꼽는다. 대표적으로 국내 LCC들은 서로 다른 기종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정비·관리비용이 높고 조종사들도 급작스러운 적응에 애로를 겪는다. 해외 LCC와 달리 이륙 후 가속과 착륙, 최단 노선 진입 등 연료절감 항법에 대한 매뉴얼도 체계화돼 있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LCC의 경우 항공권의 70% 이상을 여행사와 협력해 판매하고 있다”며 “운임의 5~7% 정도가 여행사 수수료로 나간다”고 말했다. 안전성 문제는 LCC 업계의 가장 예민한 문제다. 국내 한 LCC 관계자는 “신규 사업자는 안전성 확보에 필수적인 베테랑 운항 승무원과 정비사 등 전문 인력을 스카우트할 여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에어로케이 측은 "안전성 항목과 임금 수준을 업계 최고로 하더라도 비용을 줄일 여지는 많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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