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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한 청와대의 어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에 대해 전문가들은 동아시아 안보 구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신중하다. 중요 현안에 대해선 '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를 놓고 청와대는 ‘임시 배치’라는 표현을 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1일 “(일반)환경영향평가가 남아있어서 ‘완전한 배치’라고 지금 단계에선 말할 수 없다”며 “현재로선 ‘임시’란 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계속해 커지는 상황에서 사드 1개 포대를 배치한 뒤 다시 철수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도 철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난 29일 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를 지시한 데 대해선 “사드 배치는 대통령이 오랫동안 고민해온 부분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결단’이라는 청와대의 설명은 ‘임시 배치’를 사실상 ‘최종 배치’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청와대 기자회견장

청와대 기자회견장

북한 도발의 ‘레드 라인(red lineㆍ한계선)’이 어디까지인지도 불분명하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31일 국회에 나와 이번 도발과 관련해 “(미국 본토에) 거의 충분히 도달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미국) 사회에서 레드 라인을 넘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도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었다고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그 부분에 대한 평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국방부가 판단하는대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앞서 지난 29일에는 “만약에 ICBM으로 밝혀질 경우에는 레드 라인 임계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임계치’라는 애매한 표현을 써가며 아직은 레드 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밝힌 것이다.

또 청와대는 ‘제재와 압박’을 강조하면서도 “(북한과)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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