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걸림돌은 정치 리더십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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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김정수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2004년 시작한 한.일 FTA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가장 큰 걸림돌은 농업 분야다. 농업 분야 문제들은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나머지 분야의 협상을 먼저 진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농업은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분야다.

▶사공일=표면적인 걸림돌은 농업 분야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FTA를 성사시킬 수 있는 정치적인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FTA는 정치적인 환경에 민감하다. FTA의 혜택이 농민과 근로자에게도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납득시키는 것도 정치적 리더십이다.

▶사회=한.미 FTA 협상은 어떻게 전망하나.

▶사공=협상 일정이 매우 빡빡하다. 미 의회에 협상안을 제출하고 내년 6월까지 비준을 받아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양국은 내년 3월까지 협상을 끝내야 한다. 물론 농업 분야를 비롯해 서비스업.제조업 등에서 여러 난제가 있다. 올해 초 노무현 대통령도 한.미 FTA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 FTA는 1992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최대의 무역 협정이다. 따라서 미국도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사카키바라=현재까지 일본은 한.미 FTA 협상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미 FTA가 성사되면 자극을 받을 것이다. 한.일 FTA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사회=한.미, 한.일 FTA가 성사되면 동북아에서 FTA가 급격히 증가할 것인가.

▶사공=한.미 FTA 때문에 동북아에서 FTA가 크게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 대부분의 나라가 미국 등 경제 대국과의 FTA를 염두에 두겠지만, 협상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농업 분야가 가장 큰 걸림돌인 일본이 바로 그 예다.

▶사회=한국은 최근 몇 달간 큰 폭의 원화 절상을 경험했는데.

▶사카키바라=일본도 환율 문제에 봉착해 있다. 엔화가 다른 통화보다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과 다른 나라의 금리 차 때문이다. 일본은 최근 4~5년간 '제로 금리' 정책을 고수했다. 이는 비정상적인 모습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엔화보다 다른 통화를 선호한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올해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미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 엔화는 강세로 돌아설 것이다.

▶사회=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더 올라가면 한국 수출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사카키바라=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에서 볼 수 있는 트렌드다. 아시아 경제는 지금 상당히 강한 상태다. 앞으로 3~4년간은 이런 강한 모습이 지속될 것이다.

▶사공=원화 절상이라는 큰 흐름보다 속도가 문제다. 막대한 무역적자로 고심하는 미국의 입장에선 달러 약세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미국은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면서 인플레를 조절해 왔다. 하지만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벤 버냉키 신임 의장 체제에서는 금리 인상이 계속되지 않을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에 따른 변화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 현재 한국 기업들은 세계적인 생산 네트워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원화 절상으로 이익을 보는 경우도 있다. 원화 절상에 대해 과거와 같은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사회=한국은 지금 인도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인도가 중국처럼 된다면 동북아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사카키바라=현재 인도는 중국의 10년 전 모습과 흡사하다. 인도 경제의 가장 큰 강점은 IT 분야다. 많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인도에서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제조업의 기반은 취약하다. 그러나 인도는 최근 제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를 기회로 삼아 적극적으로 현지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 인도 경제는 향후 10년간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의 중산층은 1억5000만~2억 명에 달한다. 이들이 형성하는 시장 규모는 막대하다. 또 25세 이하 인구 비중이 절반을 넘을 만큼 성장 잠재력도 크다. 이미 한국의 삼성.LG 등은 현지에 진출해 자리를 잡았다.

▶사공=글로벌 경제라는 측면에서 보면 경제를 이끄는 엔진으로 미국.중국에 이어 인도까지 가세하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글로벌 경제의 미래를 밝게 한다. 한국은 인도의 IT 인력을 활용하는 한편 제조업 기반 구축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정리=최익재.유지호 기자 <ijchoi@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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