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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이 맞벌이 자녀 돌봐주니 … 아이들 온종일 깔깔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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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과천시 원문동의 마을돌봄나눔터에서 교사가 아이들과 학습 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 과천시]

과천시 원문동의 마을돌봄나눔터에서 교사가 아이들과 학습 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 과천시]

26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원문동의 한 아파트 단지.

지자체서 운영 ‘마을돌봄’ 인기 #주민 직원 채용, 독서·학습 지도 #월 5만원에 부모들 만족도 높아

단지 내 커뮤니티센터 입구에 붙어 있는 ‘마을돌봄나눔터’ 이름표 뒤로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아파트 주민을 위한 문화강좌 공간이었던 센터 1층 일부가 지난해부터 방과 후에 마땅히 갈 곳이 없는 맞벌이 가정의 초등학생을 위한 돌봄 장소로 탈바꿈했다. 이날 진행된 놀이 프로그램 주제는 ‘전래놀이’.

8살, 9살짜리 아이들은 교사의 지도하에 1시간 동안 제기를 발로 차거나 머리 위에 올린 채 떨어뜨리지 않으려 애쓰며 놀았다. 이모(8)양은 “여기서 친구들이랑 게임 하는 게 제일 재밌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나눔터에선 놀이만 하지 않는다. 과천시는 평일 오후 7시까지 문을 열면서 아이들에게 밥과 간식을 주고, 독서 교실·학습 지도 등도 진행한다. 이를 위해 과천 시민들 가운데 전담교사, 보조교사, 프로그램별 교사 등을 채용했다.

부모들이 늦게 퇴근하는 아이들에겐 이곳이 방과 후 찾아가는 ‘제2의 집’과 마찬가지다. 돌봄의 질을 위해 이용 정원은 초등학교 1·2학년 30명으로 제한된다. 본인 부담금은 월 5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맞벌이 가정 사이에 인기가 좋아 대기자가 항상 10여 명씩 밀려 있다.

아이와 학부모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퇴근 후 딸 연우(9)양을 데리러 온 조지만(47)씨는 “맞벌이라서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던 차에 나눔터가 생긴 걸 보고 바로 신청했다”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이 단지 내 공간을 지역사회에 내주도록 결정하기까지 6개월의 고민이 필요했다. 성영주 과천시 여성복지팀장은 “지금은 아이들이 많아서 좋다며 나눔터에서 나오는 공과금까지 주민들이 대신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모와 아이, 주민이 모두 ‘윈윈’하는 돌봄 지자체는 과천 외에도 몇 곳이 더 있다. 서울 노원구와 경기도 의왕시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제주도에선 지난해부터 부모들의 품앗이 육아를 도와주는 ‘수눌음 육아나눔터’를 늘려 가고 있다.

앞으로는 중앙 정부도 지역사회가 아이들을 온종일 맡아주는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보건복지부·행정자치부는 27일 ‘다 함께 돌봄’ 시범사업을 올 하반기부터 과천·경남 함양 등 전국 10개 시·군·구에서 시작한다고 밝혔다.

정종훈·백수진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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