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이상화 '희망을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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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7세, 올림픽 첫 출전에서 5위. 이 정도라면 4년 뒤인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금메달까지도 노려볼 만하다.

15일(한국시간) 토리노 오벌링고토에서 벌어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5위에 오른 '소녀 스프린터' 이상화(휘경여고)에 갈채가 쏟아졌다. 비록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전날 남자 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이강석(21.한국체대)에 이은 쾌거로 받아들이고 있다.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500m에서 5위에 올랐던 유선희와 함께 역대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트가 거둔 최고 성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창 뻗어가는 17세 소녀인 데다 올림픽 첫 출전이라는 부담을 극복하고 거둔 성적이었기에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상화는 1차 시기 38초69, 2차 시기 38초35를 기록, 합계 77초04로 동메달인 렌후이(중국.76초87)에게 불과 0.17초 뒤졌다. 1차 시기 첫 코너를 돌 때 중심을 잃으면서 넘어질 뻔하지 않았다면 동메달까지도 노려볼 만했다. 금메달은 76초57을 기록한 러시아의 노장 스베틀라나 추로바(34)가 차지했고, 세계 최강이라는 왕만리(중국.76초78)는 은메달에 그쳤다.

이상화가 갖고 있는 500m 한국 최고기록은 37초90. 세계 최고기록(37초28)과는 아직 차이가 크다. 또 이번 대회에서도 드러났듯이 마지막 순간 체력이 떨어지는 약점도 있다. 그러나 기량이 일취월장하고 있고, 담력이 강해 21세가 되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한국 여자 스피드 사상 첫 메달, 나아가 금메달까지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평가다.

이상화는 "2차 시기를 끝내고 난 뒤 전광판을 보니 내 이름 옆에 '3'이 찍혀 있어 순간적으로 동메달을 딴 줄 알고 울컥했다"며 "순간 한 조가 더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 실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또 2차 시기에서 100m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는 데 만족한다"며 "다음 목표는 2007년 창춘 겨울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독일은 바이애슬론과 루지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바이애슬론 남자 10㎞ 스프린트에서는 스벤 피셔가 만점 사격솜씨를 과시하며 26분11초6으로 우승했고, 루지 여자 1인승에서는 실케 오토.실케 크라우사르.타트야나 휴프너가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했다.

크로스컨트리에서는 스웨덴이 남녀 팀 스프린트를 석권했다. 스웨덴이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94년 이후 12년 만이다.

토리노=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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