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셀프 인하에 나선 자유한국당이 “국민건강 증진 차원에서 (담뱃값 인상이) 맞지 않았다는 걸 솔직히 자임한다”며 인하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홍문표 한국당 사무총장은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주도한 것에 대해 “과거에 건강 증진 차원에서 담뱃값 문제를 거론한 게 사실이지만 올렸어도 담배를 더 많이 소비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담배 판매량은 가격 인상 직후 감소했다가 다시 반등하는 추세다. 2014년 43억6000만갑이 팔렸다가 가격 인상이 실시된 2015년 33억3000만갑 수준으로 내려갔다. 2016년에는 36만6000만갑으로 소폭 상승했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2년만에 담뱃값 ‘셀프 인하’에 나선 것에 대해 여권이 추진하는 법인세 인상 등 세수확대 추진에 대한 맞불로 보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한국당 측은 담뱃값 인하 추진 배경에 대해 ‘국민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홍 사무총장은 “경제가 어려우면 많은 분들이 시름을 풀기 위해 술·담배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며 “담배 애호가들이 ‘담배 한 대도 마음대로 못 피겠다. 내려줄 수 없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또, 담뱃세와 함께 추진하는 유류세 인하에 대해서도 “지금 상황에선 (국민들이) 큰 소리는 못 내고 있지만 마음 속으론 갈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불과 2년만에 ‘셀프 뒤집기’를 벌이는 것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이 정말로 담뱃세 인하를 원하는지 점검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며 “원내대표로서 이걸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고 한다면 여론조사를 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담뱃값 인상 정책 실패 인정" #민주당, "세수확보용 추진 사과부터" #홍준표, "인상 반대하던 민주당 왜 반대하나"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으로 화살을 돌렸다.
홍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담뱃세를 인상 할 떄 반대한 민주당이 이번에는 왜 반대하는지 참 아이러니컬하다”며 “입만 열면 ‘서민’ 얘기하는데 서민감세에는 앞장서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윤관석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며 “담뱃값 인하를 추진하려면 한국당이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 하고 ‘국민 건강’이라는 담뱃값 인상 명분이 사실 세수 확보용 거짓이었다는 걸 실토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또 “담뱃값 문제는 금연 정책, 국민 건강 차원에서 연계해서 합리적 대책을 세워 나가야 한다. 정부의 증세안에 정략적으로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꿔 법을 개정할 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나머지 야당들도 한국당의 담뱃값 인하 스탠스에 부정적이다. 현재로선 한국당 의도대로 인하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미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