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셀프 인하 한국당, “국민건강증진 실패 인정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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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셀프 인하에 나선 자유한국당이 “국민건강 증진 차원에서 (담뱃값 인상이) 맞지 않았다는 걸 솔직히 자임한다”며 인하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홍문표 한국당 사무총장은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주도한 것에 대해 “과거에 건강 증진 차원에서 담뱃값 문제를 거론한 게 사실이지만 올렸어도 담배를 더 많이 소비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왼쪽)와 홍문표 사무총장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종근 기자]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왼쪽)와 홍문표 사무총장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종근 기자]

실제로 최근 3년간 담배 판매량은 가격 인상 직후 감소했다가 다시 반등하는 추세다. 2014년 43억6000만갑이 팔렸다가 가격 인상이 실시된 2015년 33억3000만갑 수준으로 내려갔다. 2016년에는 36만6000만갑으로 소폭 상승했다.

최근 3년간 담배 파매량 [자료: 재정기획부]

최근 3년간 담배 파매량 [자료: 재정기획부]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2년만에 담뱃값 ‘셀프 인하’에 나선 것에 대해 여권이 추진하는 법인세 인상 등 세수확대 추진에 대한 맞불로 보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한국당 측은 담뱃값 인하 추진 배경에 대해 ‘국민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홍 사무총장은 “경제가 어려우면 많은 분들이 시름을 풀기 위해 술·담배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며 “담배 애호가들이 ‘담배 한 대도 마음대로 못 피겠다. 내려줄 수 없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또, 담뱃세와 함께 추진하는 유류세 인하에 대해서도 “지금 상황에선 (국민들이) 큰 소리는 못 내고 있지만 마음 속으론 갈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불과 2년만에 ‘셀프 뒤집기’를 벌이는 것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이 정말로 담뱃세 인하를 원하는지 점검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며 “원내대표로서 이걸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고 한다면 여론조사를 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담뱃값 인상 정책 실패 인정" #민주당, "세수확보용 추진 사과부터" #홍준표, "인상 반대하던 민주당 왜 반대하나"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으로 화살을 돌렸다.
홍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담뱃세를 인상 할 떄 반대한 민주당이 이번에는 왜 반대하는지 참 아이러니컬하다”며 “입만 열면 ‘서민’ 얘기하는데 서민감세에는 앞장서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른쪽) [연합뉴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른쪽) [연합뉴스]

반면 민주당에서는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윤관석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며 “담뱃값 인하를 추진하려면 한국당이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 하고 ‘국민 건강’이라는 담뱃값 인상 명분이 사실 세수 확보용 거짓이었다는 걸 실토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또 “담뱃값 문제는 금연 정책, 국민 건강 차원에서 연계해서 합리적 대책을 세워 나가야 한다. 정부의 증세안에 정략적으로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꿔 법을 개정할 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나머지 야당들도 한국당의 담뱃값 인하 스탠스에 부정적이다. 현재로선 한국당 의도대로 인하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미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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