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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뚱 우뚝 … 위기의 다저스 마운드 희망을 던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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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류현진. [AFP=연합뉴스]

류현진. [AFP=연합뉴스]

류현진(30·LA 다저스·사진)이 후반기 첫 등판에서 호투했다. ‘위기의 남자’였던 류현진이 위기에 빠진 다저스 선발진을 구원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피칭이었다.

26일 만에 등판, 5이닝 2실점 쾌투 #승리 투수 못됐지만 재역전 발판 #커쇼 부상 등 선발진 구멍 메워 #다음 샌프란시스코전 선발 예고

류현진은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메이저리그(MLB) 인터리그 경기에서 5이닝 5피안타·2실점했다. 류현진은 2-2 동점이던 5회 말 1사 3루 타석에서 교체돼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6회 초 다저스가 3-2로 역전한 덕분에 류현진은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그러나 두 번째 투수 그랜트 데이턴이 6회 초 동점 홈런을 맞아 류현진의 시즌 4승(6패)은 날아갔다. 그의 평균자책점은 4.21에서 4.17로 낮아졌다. 다저스는 6-4 재역전에 성공,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69승31패)를 유지했다.

류현진의 이날 등판은 지난달 29일 LA 에인절스전(5와3분의2이닝 2실점) 이후 26일 만이었다. 당시 류현진은 타구에 왼 발을 맞고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이후 두 차례 시뮬레이션 피칭(타자를 세워놓고 실전처럼 던지는 훈련)을 했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에도 재활훈련을 하느라 등판이 늦어졌다. 제5선발로서 힘겹게 로테이션에 버티고 류현진으로선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인한 공백이 아쉬웠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 류현진은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1회부터 최고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뿌린 류현진은 3회까지 삼진 4개를 뽑아내며 1피안타·무실점을 기록했다. 휴식이 길었던 만큼 직구 스피드가 괜찮았고, 덕분에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86%에 이를 만큼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

그러나 실전감각이 떨어진 탓에 제구는 불안정했다. 류현진은 다섯 번이나 풀카운트 싸움을 벌인 결과 볼넷 3개, 안타 1개를 내줬다. 4회에도 2사 이후 에두아르도 에스코바, 에디 로사리오, 로비 그로스만과 3타자 연속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으나 볼넷, 2루타, 볼넷을 내줘 2실점했다. 정민철 MBC 해설위원은 “4회부터 구위가 떨어졌다. 투구 궤적도 다소 높았다”고 평했다.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류현진은 팀 승리의 발판을 만들어냈다. 최근 다저스의 선발진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가 지난 24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허리 통증으로 2이닝 만에 물러났다. MLB닷컴은 “커쇼가 4∼6주 정도 재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게다가 브랜던 맥카시도 지난 22일 애틀랜타전에서 손가락에 물집이 생겨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다저스는 지난달 만 해도 류현진, 마에다 겐타 등 4~5선발 후보가 많아서 걱정이었다. 그러나 후반기 시작과 함께 선발투수 2명이 빠지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 언론은 다저스가 트레이드 마감시한(8월 1일)을 앞두고 선발투수를 보강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1988년 이후 29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고 있는 다저스가 올 시즌 천금같은 기회를 놓치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류현진의 쾌투는 안정감을 줬다. 류현진이 투구수 79개만 기록하고 내려왔지만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이 잘 던졌다. 부상 후 복귀전이었는데 적절한 타이밍에 류현진을 교체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이날 피칭에 만족한다는 의미였다. 류현진은 30일 또는 31일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 다시 선발 등판할 전망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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