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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공상담소] 화장하는 중1 딸아이, 피부 상할까 걱정인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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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어린이들이 뷰러를 사용해 아이돌 메이크업을 따라 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어린이들이 뷰러를 사용해 아이돌 메이크업을 따라 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Q. 중학교 1학년 딸을 둔 엄마입니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화장에 부쩍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찾아보는 건 기본이고 5, 6학년 때는 용돈을 모아 쿠션·틴트를 사서 바르고 다니더라고요. 제가 학생 때는 고등학교에 올라가서야 몇몇 아이가 화장을 했어요. 그래서 딸을 야단쳤습니다. 그런데 딸아이 말로는 한 반에 화장 안 하는 아이가 2~3명뿐이라고 하더군요. 아이 방을 뒤졌더니 섀도·아이라이너는 물론이고 어른보다도 많은 화장품이 있었습니다. 너무 이른 화장으로 아이 피부가 상할까 봐 걱정도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김모씨·47·인천시 서구)

요즘 초·중·고 여학생 거의 절반이 색조화장 … 꾸짖기보다 올바른 화장·세안법 알려주세요"

A. ‘컴싸아라’라는 말 아시나요? 컴퓨터용 사인펜과 아이라이너의 합성어로 아이라이너가 없는 10대들이 눈화장을 하기 위해 컴퓨터용 사인펜을 쓰기 시작하면서 생긴 신조어입니다. 이 말이 등장한 지 5년이 흘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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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녹색건강연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여학생의 42.4%가 색조화장을 한다고 답했습니다. 매일 색조화장을 하는 중학생 비율은 42.9%였고, 초등학생도 12.1%에 달했습니다. 유튜브에서 ‘어린이 메이크업’을 검색하면 무려 5만8700건의 동영상이 나옵니다. ‘틴트 바르는 법’부터 ‘어린이 걸그룹 메이크업 따라 하기’까지 종류도 다양한데요. 이른바 ‘노는’ 학생들만 고등학교 때부터 화장하고, 대부분 대학교에서 처음 화장을 배우던 시절은 옛얘기가 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화장만 신경 쓰다 보면 공부를 소홀히 하게 된다”고 꾸짖는 건 자칫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서울 개원중의 정미선 수석교사는 “아이들이 화장을 시작하는 근본 이유를 들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많은 학생이 자신의 콤플렉스를 가리려고 화장을 시작하기 때문에 부모님이 그 마음을 이해하며 접근해야 합니다. 남녀공학에서는 “쌩얼이냐”고 놀리는 남학생도 있고, 화장을 안 하면 친구들과의 대화에 끼지 못해 따돌림으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있으니까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오윤경 교사는 “규칙을 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합니다. ‘학교에서는 화장품 꺼내지 않기’ ‘색조화장은 피부가 강해진 18세 이후 시작하기’ 등 화장을 시작하는 시기와 방식, 단계를 아이와 함께 정하는 겁니다.

또 화장이 피부에 미칠 영향을 정확히 알려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배유인 피부과 교수는 “10대들은 피지 분비가 활발해 화장으로 모공을 막으면 여드름이나 모낭염이 생길 위험이 높다”고 지적합니다. 이렇게 생긴 여드름 흉터를 가리기 위해 더 진한 화장품을 바르고, 이 때문에 상처가 더 깊어져 색소 침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겁니다. 배 교수는 “18세 이전에는 면역세포와 피부장벽이 약해 피부염에 쉽게 걸리고 민감성 피부염이나 안명홍조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청결한 화장품 사용법과 올바른 세안법에 대한 교육도 필요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난해 1월 발표한 ‘소중한 내 피부를 위한 똑똑한 화장품 사용법’이란 자료를 아이와 함께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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