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의 믿기 힘든 '팩트 기반'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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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의 이색 마케팅이 화제다.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공식 블로그]

국립고궁박물관의 이색 마케팅이 화제다.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공식 블로그]

국립고궁박물관의 이색 이벤트가 화제다.

14일 국립고궁박물관 공식 블로그에는 '고종황제 황실와플 출시'라는 제목의 알림이 게시되었다. 게시글에 첨부된 사진에는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을 기념해 고종황제가 사랑한 황실 와플"이 소개됐다.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공식 블로그]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공식 블로그]

고종황제가 와플을 먹었다는 사실은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마케팅이 고증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밝혀져 네티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의 설명에 따르면 개항 이후 조선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수가 점점 늘어났다. 이에 따라 왕을 접견하는 각국 공사 등 외국인들을 위한 서양식 연회가 열리면서 서양 예법과 물품이 궁중에 들어왔다.

국립고궁박물관의 소장품 중에는 당시 디저트를 만들던 서양식 제작 도구들도 남아있는데 '와플틀’도 그중에 하나이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서양식 디저트 제작도구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서양식 디저트 제작도구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영국의 지리학자인 이사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 1831-1904) 여사가 조선을 여행한 기록을 담은 책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Korea and Her Neighbours)'에는 궁궐에 초대를 받아 대접받은 서양식 음식에 대한 일화가 전해진다.

“노란색 비단이 드리워진 수수한 방으로 안내되어 우리는 곧 커피와 케이크를 정중하게 대접받았다. 그 후 저녁 식사는 상궁이 궁중 역관의 도움을 받아 아주 아름답게 꾸며진 식탁을 앞장서서 주도해 나갔다. 저녁 식사는 놀랍게도 서양식으로 차려졌다. 수프를 포함해서 생선, 퀘일, 들오리 요리, 꿩 요리, 속을 채워 만든 쇠고기 요리, 야채, 크림, 설탕에 버무린 호두, 과일, 적포도주와 커피 등등이었다. 궁중 시인(侍人)들과 그 밖의 몇 사람이 우리와 함께 식사를 했다.”

이처럼 궁중에서 서양식 생활양식을 도입한 것은 당시 조선을 방문하였던 서양인들을 위한 문화적인 배려의 일환이었다고 한다.

정우영 인턴기자 chung.w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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