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교수 "젊은 세대, 앞 세대에 반성 요구할 자격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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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병태 교수 페이스북]

[사진 이병태 교수 페이스북]

한국사회를 '헬조선'이라고 빗대는 젊은 세대를 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글로 화제가 된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가 자신의 발언을 놓고 일각에서 제기된 비판에 대해 "무엇을 반성하고 반성하라고 하시나"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우리나라의 역사가 5천년이라고 믿지도 않고 있으며,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지금도 5천년이라고 치더라도 가장 풍요로운 시대라고 믿는다"며 "나는 반성 안 한다. 특히 젊은 세대가 우리에게 반성을 요구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식들은 다 안쓰럽다. 나도 여름방학을 놀지 못하고 인턴을 하는 내 딸도 안쓰럽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현실이다. 대한민국 밖에도 똑같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고 그래서 미국도, 영국도 두쪽이 나 있고, 일본의 젊은 세대는 초식동물이 되어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그 냉험한 현실을 인정해야 할 뿐 무슨 반성을 하란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우리가 과거로 돌아가서 어떻게 다르게 했으면 지금의 헬조선보다 더 좋은 조선을 만들 수 있었는지 대안을 내어놓고 반성하라고 하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많은 문제는 경제가 글로벌하고 우리보다 못사는 중국과 인도가 경제권에 들어오면서 어마어마한 개도국들이 경쟁자가 되면서 나타나는 글로벌한 현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그 현실을 도외시하고 아무런 대안도 없이, 정확한 분석도 없이 우리 내부의 문제인 것으로 과거 세대의 무능인 것처럼 하는 것은 거짓 반성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반성을 하셨으면 무엇을 우리 세대와 앞 세대가 달리할 수 있었는지 말씀을 해달라. 나는 앞세대가 최선을 다해 각자의 삶을 살았고 우리 앞세대는 성공적으로 살았다고 믿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교수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젊은이들에게 가슴에서 호소한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며 청년들에게 앞 세대의 성취와 피땀을 폄하하지 말라는 취지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이 땅에 살 만한 정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헬조선'이라 욕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당신의 조부모와 부모를 생각해야 한다"며 "한국에 일자리가 없어서 대학을 나오고도 독일의 광산 광부로 갔고 간호사로 갔던 그래서 국제미아가 되었던 당신의 할아버지 할머니 시대의 이야기를 물어 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시라"고 했다.

[사진 박찬운 교수 페이스북]

[사진 박찬운 교수 페이스북]

그러나 이 같은 글을 놓고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5천년 역사 최고 행복세대의 오만"이라고 강한 비판을 쏟아내면서 페이스북상 설전이 펼쳐졌다. 박 교수는 "우리 세대 중 상당수는 한민족 5천년 역사에서 가장 행복한 세대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모세대는 유학을 다녀오지 않아도, 영어를 못해도 신의 직장에 들어갔는데, 지금은 어림 반푼도 없는 말"이라며 앞 세대가 달라진 환경에 놓인 젊은 세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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