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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리포트]전기차 발목잡는 코발트 가격...‘콩고’가 열쇠

중앙일보

입력

“정말 묘한 상황이 됐다. 가장 필요할 때 가장 어렵게 됐다.”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전기차가 친환경 미래차로 인정받아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원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원료 코발트 #콩고, 전세계 매장·생산량 절반 보유 #올 들어서만 가격 86% 급등

 문제가 되고 있는 원료는 푸른빛과 회색이 감도는 금속 코발트다. 세계 코발트의 ‘보고(寶庫)’인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이하 콩고)’에 세계 기업들의 눈이 쏠리는 이유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Tesla)가 지난달 20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테슬라 강서 서비스센터를 신규 오픈했다. [연합뉴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Tesla)가 지난달 20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테슬라 강서 서비스센터를 신규 오픈했다. [연합뉴스]

 코발트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2차전지, 그중에서도 한 번 충전하면 수백㎞를 달릴 수 있는 ‘고용량’ 2차전지 제작에 필수적인 원료다. 니켈·코발트·망간 등 세 가지를 섞어 만든 ‘삼원계 배터리’가 대표적인 고용량 배터리다. 그러나 배터리 재료비의 30%를 차지하는 코발트 가격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1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발트 현물 가격은 올 초 t당 3만2750달러에서 지난 6일 6만1000달러로, 무려 86%가 치솟았다. 17일 현재 5만9000달러에 육박한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자원정보사이트(KOMIS)에 따르면 세계 코발트 매장량은 약 700만t으로 추정되는데, 절반인 340만t이 콩고에 묻혀있다. 생산량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절반 정도인 6만t 이상이다.

문제는 콩고의 코발트 생산량은 지난해부터 크게 줄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코발트 가격이 t당 2만 달러 초반에 머물러 수지가 맞지 않았던데다, 콩고 내전 등 정치적 불안이 겹쳐 생산과 유통이 막힌 것이다.  현재 코발트를 생산하는 콩고의 광산 대부분이 잦은 내전과 이에 따른 전력 부족으로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콩고민주공화국 남부 루붐바시 인근에 있는 중국계 소유 광산. [중앙포토]

콩고민주공화국 남부 루붐바시 인근에 있는 중국계 소유 광산. [중앙포토]

 코발트가 ‘분쟁광물(Conflict minerals)’로 규정돼 국제사회의 규제를 받는 것도 공급에 악재다. 미국은 2013년부터 콩고와 그 주변국에서 채굴되는 4개 광물(주석·탄탈륨·텅스텐·금)과 코발트 등 파생물을 분쟁광물로 규정하고 유통을 제한했다. 반군과 정부군 등 무장세력의 자금줄로 쓰이면서 채취 과정에서 노동력 착취라는 인권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상장기업뿐 아니라 분쟁광물로 전자부품을 만들어 미국 기업에 공급하는 외국 기업도 규제 적용 대상이다.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수많은 기업이 규제의 영향을 받는 셈이다.

전기차 충전 중인 중국인들 [사진 차이나 데일리]

전기차 충전 중인 중국인들 [사진 차이나 데일리]

 반면 코발트 수요는 어느 때보다 팽창하고 있다. 그 중심엔 코발트 최대 소비국인 중국이 있다. 중국 정부는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2020년까지 전기차 500만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열쇠는 보조금으로, 주행거리와 비례한다. 일례로 한 번 충전에 250㎞를 갈 수 있는 전기차에는 4만4000위안(약 732만원)의 보조금이 주어진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들이 너도나도 고용량 배터리를 채택하면서 코발트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미국은 2020년까지 5조원 규모의 전기차 지원책을 내놨고, 프랑스는 전기차 구매시 최대 1만 유로(약 1300만원)를, 일본은 최대 100만엔(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준다. 한국 정부도 고속주행 전치가의 경우 국가에서 1400만원, 지자체별로도 300만~12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결국 코발트 가격은 당분간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맥쿼리리서치는 “향후 5년간 코발트 수급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특히 2020년 5340t,  2021년 7194t으로 갈수록 부족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의 박경덕 수석연구원은  “분수령은 올 연말로 예정된 콩고 대통령 선거”라며 “연말까지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선거를 치러 정권교체를 하고 정국을 안정시키느냐가 향후 자원 공급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콩고는 민주공화국이지만 조셉 카빌라 대통령이 2001년 이후 17년 째 사실상 독재중이다. 카빌라 대통령은 지난해 말로 임기가 끝났지만, 과도정부를 구성해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콩고에서는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으로 수백 명이 숨지고 13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망명 중인 콩고의 유력 야당 정치인인 모이스 카툼비는 지난달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유엔까지 나서 카툼비의 귀국과 출마를 보장해달라고 했지만 콩고 정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국제적 코발트 공급난 대비에 나서는 분위기다.
삼성SDI 관계자는 “코발트 가격 급등은 최근 가장 민감한 사안이고 구매부서에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우선은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장기계약이나 공급처 다변화를 통해 문제를 극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화학 역시 “당장은 장기 계약으로 물량에 타격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장기화할 경우 새로운 기술이나 협력업체를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코발트 가격 상승으로 경제성 확보라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면서 “니켈과 망간을 더 쓰고 코발트를 적게 쓰는 쪽으로 배율을 바꾼다든지, 다른 원료를 사용한 기술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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