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문 대통령 지시한 ‘반부패 컨트롤타워’, 정말 국가청렴도 높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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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정부에서 운영된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가 정말 국가청렴지수를 높였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의 복원을 지시했다. 2004년 1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훈령으로 만들어진 이 회의는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소집되지 않았다. 9년 5개월여 만에 복원될 이 회의에는 법무부 장관과 공정거래위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감사원장과 국가정보원장이 배석한다. 사정 능력을 갖춘 모든 권력기관의 장이 망라된 것이다.

연도별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

연도별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

문 대통령은 이 같은 회의의 복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는 당시 국가청렴도지수와 반부패지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그런데 다음 정부에서 중단되면서 아시는 바와 같이 부정부패가 극심해졌다”고 말했다.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가 운영된 노무현 정부와 달리 가동이 중단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청렴도가 악화됐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결국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활동 여부가 부정부패의 증감에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대표적인 국가청렴지수는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Corruption Perceptions Index)다. 반부패와 청렴활동을 관할하고 있는 국민권익위원회도 매년 부패인식지수가 발표되면 한국어로 번역한 자료를 내고 있다.

그런 CPI는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활동과 정말 상관관계가 있을까. 협의회가 활동하기 이전인 2001년 42위였던 CPI순위는 2002년 40위로 올랐고, 노무현 정부 첫 해인 2003년에는 50위를 기록했다. 협의회가 훈령으로 제정된 이후부터는 47위(2004)→40위(2005)→42위(2006)→43위(2007)였고, 가동이 중단된 뒤부터는 40위(2008)→39위(2009)→39위(2010)→43위(2011)→45위(2012)→46위(2013)→43위(2014)→37위(2015)→52위(2016)로 나타났다.

정부별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

정부별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

CPI만 놓고 봤을 때는 협의회 활동이 없던 이명박 정부 때 순위가 더 높았다. 박근혜 정부 때도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지난해 52위로 순위가 크게 하락하긴 했지만 그 직전인 2015년에는 최근 가장 높은 37위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국 전체 중 순위를 비율로 봤을 때도 이명박 정부 때가 상위 20% 초반대를 기록해 가장 상위권이었다.

협의회가 활동한 2004~2007년과 활동하지 않은 2001~2003년, 2008~2016년을 구분해 순위 평균을 내도 모두 43위로 동일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도’ 조사 결과를 봐도 사회 전반에 관한 부패인식은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활동기간(2004년~2007년)과는 무관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결국 국가청렴도나 반부패지수를 높이는 데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활동이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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