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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난임 40%는 남편 탓, 약물·수술·시험관 치료로 임신 성공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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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우선 여성의 탓으로 보던 때가 있었다. 지금의 인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실제 난임 사례 중 40%는 남성 난임에 해당한다. 여성 난임(40%)보다 결코 적지 않다. 나머지 20%만 남녀 공통 문제로 본다. 남성도 적극적으로 관리·검사·치료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중앙일보는 난임 치료를 선도하는 마리아병원과 함께 난임 극복 캠페인을 진행한다. 세 번째 주제는 ‘간과하기 쉬운 남성 난임’이다.

마리아병원 임경택 남성난임센터장이 다양한 난임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남성도 난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리랜서 장석준

마리아병원 임경택 남성난임센터장이 다양한 난임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남성도 난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리랜서 장석준

과거에는 남성 난임을 타고난 운명으로 여겼다. ‘회복 불능’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의학이 발전하면서 치료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원인에 따라 치료율이 90%에 이르기도 한다. 마리아병원 임경택(비뇨기과) 남성난임센터장은 “이젠 남성도 (난임이) 본인의 문제일 수 있다고 자각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원인을 찾고 치료하면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난임 극복 캠페인 ‘희망이 생명을 만든다’③

남성 난임 원인 다양 … 정확히 진단해야

남성 난임의 원인은 크게 ‘성 기능 장애’와 ‘생식기능 장애’로 나뉜다. 성 기능 장애가 총에서 격발장치의 문제라면, 생식기능 장애는 탄창이나 총알의 문제다. 발기부전, 조루·지루 등 사정장애가 성기능 장애에 해당한다. 발기부전치료제 같은 약물요법이나 상담 등 정신요법으로 치료한다.

 심각한 것은 생식기능 장애다. 흔히 말하는 ‘희소정자증’ ‘무정자증’이 여기에 해당한다. 정액 안에 정자 수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다. 남성 난임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인 ‘정계정맥류’는 고환 쪽 정맥혈류가 증가해 음낭 온도가 상승하면서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진 경우다. 이런 생식기능 장애가 있으면 아무리 부부관계가 잘 이뤄져도 임신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생식기능 장애는 또 폐쇄성·비폐쇄성 무정자증으로 나뉜다. 폐쇄성은 정자가 배출되는 통로가 막힌 경우다. 고환에서는 정자가 잘 만들어지는데 배출이 안 되는 상태다. 반면 비폐쇄성은 고환 자체에서 정자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임 센터장은 “남성 난임은 원인이 다양하다”며 “검사를 통해 난임이라는 사실과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검사는 기본적으로 정액 검사, 성호르몬 검사, 성병 검사가 이뤄진다. 정액 검사로 정액의 양, 정자의 수·운동성·모양 등 정자의 질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남성호르몬·난포자극호르몬 검사를 하면 고환 자체의 문제인지, 배출 통로가 막혔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또 성병이 있으면 임신율과 태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성병 검사는 필수다. 정밀검사도 이뤄진다. 고환 초음파 검사, 염색체 검사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상태와 원인을 가려낸다.

 치료는 폐쇄성일 경우 막힌 곳을 뚫는 것이 기본이다. 이전에 정관수술을 받은 경우라면 정관을 다시 이어주는 수술을 한다. 사정관이 막혔을 땐 요도를 통해 내시경으로 막힌 사정관을 뚫어준다. 폐쇄성은 수술 후 대부분 개선된다. 자연 임신도 가능하다.

막힌 사정관은 내시경으로 뚫어

수술할 수 없는 상태라면 자연 임신은 어렵다. 그렇다고 임신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땐 직접 고환에서 정자를 채취해 시험관아기 시술을 해 아이를 가질 수 있다. 고환에서 정자는 정상적으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임 센터장은 “폐쇄된 부위에 따라 약물이나 수술 치료를 하면 자연 임신이 가능하다”며 “수술이 불가능해도 폐쇄성인 환자 중 90% 이상은 시험관아기 시술을 할 수 있는 정자를 채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폐쇄성인 경우에는 건강한 정자 수가 적어 비율(10~15%)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시험관아기를 시도해 볼 수 있다. 마리아병원은 고배율 현미경을 통한 정밀한 수술, 다양한 임상 경험으로 쌓은 노하우로 난임 치료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치료만큼 건강한 정자를 만드는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임신 계획 중인 남성은 최소 2~3개월 전부터 생활습관을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 임 센터장은 “새로운 정자가 만들어지는 데 70일 정도가 필요하다”며 “여유를 갖고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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