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를 끊어라"..미국,대북 원유 공급 제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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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처절하게 제재하기 위해 양동 작전을 벌이고 있다. 유엔에서는 초강경 대북제재 결의안을 만들어놓고 중국의 협조를 구해 통과시키려는 작업에 한창이고, 독자적으로는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과 개인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추진중이다.

유엔 안보리 추가 제재 논의 #중국의 반대가 관건 #독자제재로는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 추진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는 초강경 대북 제재안을 초안 형태로 중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금지를 포함해 북한 노동자 국외송출에 대한 의무적 금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9일(현지시간) CBS와 인터뷰에서 “이번 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북한 미사일이)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올라선 것”이라며 “북한의 김정은은 ICBM을 손에 넣기에는 위험한 인물이다. 중단시켜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들에 엄청난 위험(hugely dangerous)이 될 수 있다”며 “희석된(watered-down) 수준의 결의안이 아닌 강력한 제재결의안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북한에 원유공급을 중단하는 제재안은 중국과 러시아가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당장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장기간 원유 금수조치가 취해질 경우 북한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에 중국은 이를 최후의 카드로 꼽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초강경 제재안을 안보리에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의 이면에 회유라는 양날의 칼을 사용중이다.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만찬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의 보다 큰 역할이 필요하다고 치켜세워준 것이 일종에 회유의 제스처였다.

원유 금수조치가 채택되지 않을 경우 미국의 ‘플랜B’는 세컨더리 보이콧이다. 안보리를 통한 제재를 원하고 있지만 채택이 안될 경우 ‘우리의 길을 가겠다’고 한 만큼 독자제재를 염두에 두고 있다.

헤일리 대사는 “중국이 북한의 손을 계속 들어준다면 무역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에게 군사옵션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미국은 전세계 수많은 나라와 무역을 하고 있고, 이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옵션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하면서 대북교역량이 90% 이상인 중국을 확실히 겨냥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 [중앙포토]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 [중앙포토]

미국이 지난달 중국 단둥은행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를 못하도록 한 조치가 서막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3월 중국의 통신회사 ZTE가 이란에 장비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경우가 앞으로 속출할 수 있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중앙포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중앙포토]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과 정상적인 상거래를 하는 기업과 개인을 제재하는 초강경 조치다. 과거 미국이 이란을 제재할 당시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금융거래까지 제재해 효과를 거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이란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추진하자 이란이 이스라엘과 거래한 미국의 기업과 개인에 대해 제재키로 맞대응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중국 대기업이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받게되면 중국 경제가 받는 타격은 이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서 수면 아래로 잦아든 미중 무역전쟁 가능성이 현실화할수 있다는 예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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