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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親朴 청산한다더니 잇단 측근 기용으로 親洪 구축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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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9호 10면

당내에서 私黨化 공격받는 한국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대표로 선출된 다음 날인 지난 4일 첫 당직 인선 발표가 화근이 됐다. 당 지도부의 구성원이 될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에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이종혁 전 의원을 임명한 거다. 명분은 PK(부산·경남) 지역의 최고위원이 필요하다는 것. 이 전 의원은 홍 대표가 경남도지사이던 시절 정무특보를 지냈고, 19대 대선후보 시절에는 캠프에서 특보단장을 맡았다. 지난 6일에는 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대선후보 수행단장을 맡았던 김대식 동서대 교수를 앉혔다. 당규에 규정돼 있는 여의도연구원장의 임기는 2년이지만 전임 원장이던 추경호 의원은 4개월 만에 중도하차하는 신세가 됐다. 추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사무총장, 전략기획부총장에도 ‘친홍 인사’인 홍문표·김명연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반대 무릅쓰고 김대식·이종혁 인선 #김태흠 “홍 대표의 문고리 3인방” #이재만 “사당화 안 된다 했는데…” #원내 대책은 정우택과 마찰 빚어

이러다 보니 친박 청산을 지상과제로 내세웠던 홍 대표가 ‘친홍(親洪)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흠 최고위원은 “요즘 홍 대표의 문고리 3인방 이야기가 나오는 것 알고 있나. 최고위원, 여의도연구원장 등의 자리에 자기 사람만 심는 인사가 어디 있느냐”며 홍 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8일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당내에 홍 대표의 독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자칫 계파 싸움이나 내분으로만 비칠까봐 조심스러워하는 것”이라며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홍 대표를 견제해달라는 요구를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만 최고위원도 통화에서 “4일 비공개 회의 때 홍 대표에게 사당화(私黨化)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지만 이종혁 최고위원 임명을 밀어붙이더라”며 “지금까지는 홍 대표가 인선 과정에서 최고위원들에게 양해를 구한 적이 없기 때문에 상당히 우려가 크다. 혁신위원장 인선 등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의 마이웨이를 보는 다른 시선도 있다. 홍 대표는 2001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 등과 당 쇄신 문제로 마찰을 빚다 5개월여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측근 인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사를 강행하는 건 과거의 실패를 재현하지 않겠다는 홍 대표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홍 대표는 ‘사당화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기조다. 예정대로 당직 인선에 박차를 가한 이후 조직 정비와 정책 혁신 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홍 대표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구박(舊朴)들이 저를 구박한다고 해서 쇄신과 혁신을 멈출 수 없다”고 적었다. 인선 과정에서 구 친박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이는 건 혁신의 걸림돌일 뿐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당의 투톱인 홍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의 불협화음도 또 다른 갈등 요소다. 홍 대표는 “(대통령이) 외교 활동을 하기 때문에 청와대에 대한 비판은 자중할 것”이라고 했지만 정 원내대표는 곧바로 청와대 인사 등을 비판하는 등 몇 차례 삐걱거렸다. 홍 대표가 “장관 후보자가 부적절한 사람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알면 됐다. 거기에 당력을 쏟을 필요가 없다”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 늘리는 것 빼고는 (추경) 요건이 되면 해주는 게 맞다”는 등 원내 협상에 관한 소신 발언을 쏟아낸 것도 정 원내대표의 심기를 건드렸다. 결국 의원총회에서 국회 보이콧이 결정된 이후 정 원내대표는 “원내 일은 내가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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